1986년 12월 이후 32년만
엔화가치 폭락, 韓 수출에도 부정적
투자자, 관망세 취해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세계 환율시장에서 '강달러 현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국채 금리차이가 2000년 이후 최대치로 벌어진 일본은 엔달러 환율이 37년만의 저점을 기록했는데요.
엔화의 반등에 베팅하며 올해만 1조4,000억원 가까이 매집한 국내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전범진 기자입니다.
<기자>
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161.73엔으로 거래되며 1986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일 미 채권시장에서는 올해말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뒤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으며, 미 국채 금리가 급등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기준금리가 0.1%에 불과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어, 두 국가 국채 간 수익률격차는 2000년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고, 이것이 환율에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원화가치의 하락보다도 가파른 엔저 현상은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본 상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지면, 해외에서 이들과 경합하는 우리 수출 상품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1%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우리 수출 물량은 0.2% 포인트씩 감소하게 됩니다.
엔화 반등에 2년 넘게 베팅했던 국내 투자자들도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엔화 환율 100엔당 950원이 깨졌던 지난해 5월부터 폭발적으로 엔화를 매집해, 13개월 사이 엔화예금은 2배가 넘게 늘었습니다.
올들어서도 투자자들은 5대 시중은행을 통해 1조4,000억원 이상을 엔화예금에 투자했지만 엔화가치는 100엔 당 850원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엔화투자를 중단하고 관망세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일본 통화당국이 본격적인 시장개입에 나서더라도 트럼프의 재집권이라는 '메가 이벤트'를 이겨내고 화폐가치를 단기간에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경고도 이어졌습니다.
한국경제TV 전범진입니다
영상편집 권슬기
CG 홍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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