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부동산 등 실물 투자가 줄면서 가계의 여윳돈이 증가했다. 정부는 연초부터 재정 지출을 대폭 확대하면서 순자금 조달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1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올 1분기 순자금 운용액은 77조 6천억 원으로, 전 분기(29조 8천억원)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이다.
정진우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아파트 분양, 가계의 건축물 순 취득 등 실물 투자가 감소하며 여유 자금이 늘어나 순자금 운용액이 전 분기보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특히 1분기는 상여금이 대거 유입되는 계절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1분기 자금 운용 규모는 79조원으로, 전 분기(39조원)보다 40조 원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지난해 4분기 -13조 1천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조 9천억 원으로 늘었다. 특히 해외주식은 올해 1분기 7조원으로 지난 2022년 1분기 8조 3천억 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도 18조 4천억 원에서 58조 6천억 원으로 불었다.
이에 따라 가계 금융자산 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비중은 1분기 기준 21.8%로 전 분기(21.7%)보다 소폭 커졌다. 예금 등의 비중도 46.3%에서 46.4%로 늘었다.
가계의 1분기 자금 조달액은 1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비금융 법인의 경우 1분기 순자금 조달 규모가 1조 6천억 원으로, 전 분기(6조 9천억 원)보다 줄었다.
금융기관 예치금, 채권 운용 등을 중심으로 자금 운용액(28조 4천억 원)이 늘고 상거래 신용 등으로 자금 조달액(29조 9천억 원)이 줄면서 순자금 조달 규모가 축소됐다.
정 팀장은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반면, 유·무형 자산에 대한 투자가 지체되면서 여유 자금이 늘었다"며 "국내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회사채 발행 여건이 개선돼 채권을 순 발행했지만, 상거래 신용 감소가 이를 상쇄했다"고 말했다.
일반정부는 지난해 4분기 8조 6천억 원 순자금 운용에서 올해 1분기 50조 5천억 원 순자금 조달로 전환됐다. 이는 자본순환 통계 편제(2009년) 이후 최대치다.
국채 발행이 40조 9천억원, 금융기관 차입이 29조 2천억 원에 달했다.
정 팀장은 "1분기에 재정 지출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올해는 총선도 있었고 경기 침체가 우려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시급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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