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 37년만에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올해 최저임금 9,860원에서 170원(1.7%) 오른 것으로, 인상률로만 보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이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노·사·공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7% 인상된 1만30원으로 결론지었다.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는 전날 오후 3시부터 마라톤 회의를 벌이며 잇따라 수정안을 내놓고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지난 9차 회의 최초 요구안 제시 때부터 4차 수정안까지 노동계의 요구안은 시간당 1만2,600원(올해 대비 27.8% 인상)→1만1,200원(13.6% 인상)→1만1,150원(13.1% 인상)→1만1천원(11.6% 인상)→1만840원(9.9% 인상)으로 수정됐다.
경영계는 9,860원(동결)→9,870원(0.1% 인상)→9,900원(0.4% 인상)→9,920원(0.6% 인상)→9,940원(0.8% 인상) 등으로 소폭 조정을 이어갔다.
자정을 넘겨 회차를 바꾼 열 번째 최저임금 회의에서 4차 수정안까지 내며 노사 간 격차는 최초 2,740원에서 900원까지 좁혀졌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결국 공익위원이 1만 원에서 1만 290원 사이의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올해도 표결로 마무리됐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시한 최종안인 시간당 1만120원과 1만30원을 투표에 부친 결과 경영계 안이 14표, 노동계 안이 9표를 받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으로 이뤄졌는데 투표 직전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 촉진구간에 대한 반발로 퇴장하면서 23명만 참여했다.
공익위원 9명 중 4명은 노동계 안에, 5명은 경영계 안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 5월 21일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개시된 지 53일 만에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
역대 최장 심의였던 지난해 110일의 절반 수준으로, 예상보다 빠른 진행이었다.
지난해 심의에서 넘지 못한 1만원의 문턱을 마침내 넘으면서 역사적인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1만원대를 기록하는 것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며, 최저임금이 5천원대로 올라선 2014년도 이후 11년 만이다.
다만 인상률 1.7%는 지난 2021년의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작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 올해 9,860원(2.5%)이었다.
심의 종료 후 한국노총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의 선택"이었다며 "아쉬운 결정임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막판에 퇴장한 민주노총은 "심의 촉진구간은 근거가 빈약한 제시안"이라며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경영계도 결국 최종안이 채택되긴 했지만,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약화 등을 들어 동결을 강하게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 대해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 위원장은 심의 종료 후 간담회에서 "마지막에 양측 안이 굉장히 좁혀졌음에도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며 "논의가 과열되다 보니 업종별 구분 적용 (표결) 관련해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된다.
고용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며,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고용부는 이의가 합당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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