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를 겪는 중국 중산층 소비자들이 고가 패션 제품에 지갑을 닫자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반값 할인이 등장했다.
베르사체와 버버리의 중국 내 평균 할인율이 지난해 각각 30%, 40%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50% 이상을 기록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정보제공업체 럭셔리사이트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마크제이콥스가 이달 초 알리바바와 자회사인 티몰(天猫·톈마오)에서 핸드백·의류·신발 등을 50% 이상 할인했고, 보테가베네타는 가방 구매 시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기도 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막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국내시장에서의 고가품 매출이 급증해 2019년 대비 2021년에 약 2배를 기록했다.
이에 고가 브랜드들은 재고를 늘리는 한편 매출을 더 늘리려 티몰·징둥닷컴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판매를 시작했고, 유럽·미국 등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내 판매가격을 올렸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됐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둔화, 실업률 상승 등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아서다. 고가 브랜드들은 과잉 재고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중국인들은 해외여행이 재개되자 엔화 약세를 틈타 일본에서 제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경기 둔화에도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가격 할인에 나섰고, 온라인 판매로 인한 반품률 증가도 골칫거리다. 마크제이콥스의 중국 내 반품·취소율은 지난해 30%에서 올해 40%로 올라갔다는 게 럭셔리사이트의 설명이다.
모닝스타의 옐레나 소코로바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도매업체에 제품을 판매할 경우 통제할 수 없는 가격 할인이 이뤄질 위험이 있다"면서 대중에게 노출되는 온라인 할인은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짚었다.
한 패션 큐레이터는 일부 브랜드가 40∼60% 할인하는 것을 보면서 해당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고가 브랜드 소비자들은 가격이 어느 정도는 방어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럭셔리사이트의 조너선 시보니는 이제 중국 고가 브랜드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 간의 양극화가 진행 중이라며 "충분히 싸지도 않고 생존할 만큼 크지도 않은 중간 수준의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봤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사치를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고가 브랜드들에 악재라고 봤다.
중국 당국이 분배를 강조하는 공동부유를 내세우고 있어서다. 올리버와이먼의 케네스 차우는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를 추진하면서 배금주의를 막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