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증여세 과세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세 당국이 이 자금을 '불법 통치자금'으로 보고 과세를 본격화할 경우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6공화국의 비자금 실체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처음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강 후보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900억원대 자금의 과세 여부를 묻는 말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12·12 군사쿠데타의 성공에 기반해 조성된 불법 통치자금에 대해서는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효·법령 등에 문제가 없고 900억원대의 자금이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이 맞는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결국 이 '300억원'은 1조3천8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당시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메모지 한장을 통해 3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904억원은 음지에서 양지로 처음 나온 돈이고 불법 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국세청에서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의 자금에 대해 시효·법령 등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과 관련된 추가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4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확인돼 추징된 액수는 2682억원 수준이다.
비자금으로 확인돼도 국고 환수는 공소시효 도과 등 어렵지만 증여세 과세는 이와 달리 볼 여지가 있다.
메모에 기재된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될 경우 증여세 등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과세 당국이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 즉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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