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최초' 역사 새로 썼다

입력 2024-07-19 05:54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5)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8일(현지시간) 5년 연임을 확정 지으면서 여성의 역사를 새로 썼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회의장에서 무기명 방식으로 진행된 인준투표에서 전체 719표 가운데 401표를 받았다.

가결 요건이자 과반인 360표보다 41표를 더 획득한 것이다.

당초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은 총 720명이지만, 스페인 의원 1명의 자국내 법적 절차 관련 문제로 재적수가 719명으로 최종 정정됐다.

반대는 284표, 기권은 15표였다. 나머지는 무효표 처리됐다.

첫 선출 당시인 2019년 인준투표 당시에는 9표 차이로 간신히 통과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이번에는 그를 대체할 '플랜B' 후보가 사실상 전무했던 데다 유럽 안팎의 정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안정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극우 및 강경우파 세력의 약진에 대한 우려가 친EU, 중도 세력 결집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이날 "선동가나 극단주의자들이 우리의 유럽식 삶의 방식을 파괴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강경우파 정치그룹 유럽보수와개혁(ECR) 일원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FdI 소속인 니콜라 프로카치니 ECR 공동 의장은 "폰데어라이엔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우리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한때 연임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ECR과 연대 가능성을 거론했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ECR을 이끄는 멜로니 총리의 도움 없이도 연임에 성공한 셈이다. FdI는 유럽의회에 24석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EU 행정부 수반인 집행위원장에 선출됐던 그는 이날 재선에도 성공하며 또 한 번 '여성 최초' 새 기록을 세웠다.

1958년 집행위가 EU 행정부 기관으로 신설된 이래 66년간 연임에 성공한 역대 집행위원장은 남성인 고(故) 자크 들로르(1985.1∼1995.1), 조제 마누엘 바호주(2004.11∼2014.10) 등 두 명뿐이다.

1958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독일 국적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의사 출신이자 7남매를 둔 '만능 워킹맘'으로 독일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주목받았다.

독일 연방정부에서 가족부장관, 노동장관을 역임한 뒤 2013년 첫 여성 국방장관으로 지명됐다. 이후 6년간 국방부를 이끌다 2019년 12월 여성 최초의 EU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여기에 이날 재선에도 성공하며 여성 의장 최초의 연임 기록도 세웠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두 번째 5년 임기는 오는 11월부터다. 그는 두 번째 임기 기간 유럽의 산업 경쟁력, 국방 분야 육성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폰데어라이엔 1기'에서 앞세웠던 기후환경 목표는 계속 유지하되 규제보다는 유럽 내 기업 보호 및 육성에 보다 방점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차기 집행위원단 인선도 속도를 낸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연임 확정뒤 기자회견에서 "수주내 각국에 집행위원 후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이번에도 남녀 성비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 27인으로 구성된 집행위원단은 단일 국가의 국무위원단에 해당하며, 회원국별로 1명씩 할당된다.

집행위원장은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의 상임의장과 함께 27개 회원국 연합체인 EU의 '정상'으로 불린다.

27개 회원국과 별개로 EU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독립 조직으로 법안 발의권부터 정책 이행, 예산의 관리·집행, EU의 일상 업무 처리 등 행정부 기능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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