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파장을 미친 'IT 대란' 이후 주요 항공사들이 전산 시스템을 상당 부분 복구해 서비스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전 세계에서 취소·지연된 항공편이 수만편에 달하는 데다 서비스를 완전히 정상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는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항공편 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미 동부시간) 기준 전 세계 항공편 1천992편이 취소됐고, 2만5천79편이 지연됐다.
이 가운데 미국으로 오가거나 미국 내에서 이동하는 항공편은 1천432편 취소됐고, 4천281편이 지연됐다.
미국의 주요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은 각각 이날 성명에서 자사의 항공 서비스 대부분을 재개했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대란의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전 세계적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소프트웨어 마비 사태 이후 우리 시스템 대부분이 복구됐다"며 "하지만 항공편 지연과 취소를 포함해 일부 운영에 차질이 지속될 수 있다"고 알렸다.
델타항공도 "온라인 체크인과 공항 체크인, 탑승 수속, 항공편 예약이 모두 다시 가능하다"며 "그러나 글로벌 IT 장애의 범위가 상당한 탓에 승객들에게는 여전히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600여편의 델타 항공편이 취소됐으며, IT 시스템 복구 작업이 일부 지속되고 있어 추가적인 취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인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도 이날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공항 측은 성명을 통해 "모든 시스템이 복구돼 가동되고 있으며, 승객들은 원활하게 탑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를린 공항에서도 항공편 출발이 재개됐다고 독일 DPA통신은 전했다. 독일 항공 당국이 전날 내렸던 야간 비행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이날 오전 19편이 이륙했다.
전날 히스로 공항에서는 167편이, 베를린 공항에서는 150편이 각각 취소된 바 있다.
영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향하는 관문으로, 런던과 가까운 도버 항구에는 전날 하늘길이 막힌 뒤, 비행기 대신 프랑스행 페리를 타려는 승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AP는 전했다.
전날 비행기가 뜨기를 기다리다 공항에서 밤을 지새운 여행객들은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항공편 운항이 순차적으로 재개되고 있지만, 워낙 대규모 취소·지연이 이뤄진 탓에 이륙 시간이 밀리거나 항공편을 다시 예약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대기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미국에서만 수천 명이 공항에서 계속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가 보안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의 윈도 운영체제(OS)와 충돌을 일으켜 MS 클라우드 서비스(애저)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국립 사이버 보안센터의 전 대표인 시어란 마틴은 "매우 빨리 오류를 일으킨 이번 위기의 특성 때문에" 최악의 위기는 끝났다면서 "그것은 아주 빨리 발견됐고 본질적으로 차단됐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 국립 사이버 보안센터는 이번 사태를 악용해 "악의적인 행위자들"이 피싱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일반인과 기업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피싱이란 실제와 비슷한 위장된 웹사이트 링크를 메시지 등으로 보내 접속을 유도한 뒤 중요한 개인정보 등을 빼내 금융 범죄에 악용하는 수법을 말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