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 앞에서 별거 중인 아내를 비롯 처가 식구들과 몸싸움하는 등 가정폭력 상황을 노출한 40대 아빠에게 법원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7일 오전 별거 중인 아내 B씨의 집에서 세 살 딸인 C양을 만나 인근 공원에 놀러 가려 했으나, 궂은 날씨를 이유로 아내가 반대하면서 말다툼을 벌였다.
A씨는 이 상황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영상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아내 B씨가 '찍지 마'라며 소리를 쳤고, 함께 사는 처제는 휴대전화를 빼앗기 위해 형부인 A씨를 밀어 넘어뜨렸다. B씨는 남편 A씨의 얼굴에 소금을 뿌렸다. 장모 역시 합세해 사위의 몸과 팔을 밀고 잡아당기며 공동폭력을 행사했다.
아내 B씨는 '남편이 아이 앞에서 나를 때린다', A씨 역시 '배우자가 주먹으로 때리고 소금을 던진다'고 각각 112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이를 지켜보며 불안하던 C양은 엄마에게 안기며 '그만'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결국 A씨와 아내 B씨를 비롯해 처제와 장모 등 4명은 서로 뒤엉켜 몸싸움한 가정폭력 상황을 C양에게 노출해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각각 약식 기소됐다.
A씨를 폭행한 혐의까지 더해진 아내와 처가 식구들은 벌금 150만∼200만원의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됐지만, A씨는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딸을 만나고 있었을 뿐 영상 촬영으로 갈등이 시작됐다고 볼 수 없고, 갈등 상황 속에서 피해 아동에게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는 등 구체적인 보호 노력을 한 만큼 정서적 학대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갈등의 시작이 된 휴대전화 촬영을 그만두거나 집을 나가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 아동을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를 중단할 수 있었다"며 "피해 아동을 분리하지 않은 채 계속 촬영해 갈등을 악화한 점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역시 딸의 정서적 학대에 일조했다"며 "다만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행위이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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