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2조원대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일당이 2심에서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이 불복해 상고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15명에 대한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양지정 엄철 이훈재 부장판사)의 2심 판결에 불복해 29일 상고했다.
A씨 등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약 2조원 상당의 외화를 해외로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무역회사로 위장한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해외에 무역대금을 보내는 것처럼 꾸며 금융당국의 눈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보낸 돈으로 중국, 일본 등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들인 뒤 국내 거래소로 보내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팔았다.
검찰은 이들이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채 외국환 업무를 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고 은행의 외환 송금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이들의 혐의를 사실상 전부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은행에 외화를 송금해달라고 신청했을 뿐, 외국환 업무의 주체는 은행인 만큼 이들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 등은 특정금융정보법에서 규정한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아울러 A씨 등이 허위 자료를 첨부해 은행에 송금을 신청한 사실은 인정되나, 궁극적으론 은행이 불충분한 심사를 통해 이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들의 업무방해 혐의도 무죄로 봤다.
2심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혐의는 1심과 같은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허위의 소명자료를 낸 행위는 업무방해 행위가 맞다"며 피고인 14명에게 적용된 이 혐의를 유죄로 뒤집었다.
2심은 "막대한 자금을 해외로 송금하면서 조직적, 계획적으로 범행했다"며 A씨 등 5명에게 징역 1년∼3년 6개월의 실형을, 나머지 9명에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들에게 추징금 약 32억원도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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