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공포에 10년물 4% 붕괴…투매 쏟아진 반도체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8-02 08:05  



미국 뉴욕증시 주요 4대 지수가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로 전날 상승분을 일제히 반납했다. 나스닥은 지난 주에 이어 장중 한때 3% 가까이 급락했고, 순환매로 수혜를 보던 소형주 러셀2000 지수도 3% 내리면서 시장의 심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메타플랫폼의 실적 영향으로 반등하던 시장은 ISM 구매관리자 지수가 예상 밖의 수치를 드러내며 하락 전환했다. 현지시간 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5.62포인트, 1.37% 빠진 5,446.68, 나스닥은 405.26포인트, 2.3% 급락한 1만 7,194.15에 그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도 이날 495.41포인트, 1.21%나 밀린 4만 347.38로 장을 마쳤다.

장 마감 이후에도 클라우드 부문 전세계 1위인 아마존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고, 애플도 중화권 아이폰 매출 부진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주식시장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급등락하면서 변동성 지수(VIX)는 13% 뛴 18.51까지 올라섰다. 전날 7% 폭등했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TSMC 등의 급락 여파에 7.14% 하락해 하루 전 상승분을 모두 뱉어냈다.



● 파월이 놓친 것…경기 둔화 시작 우려 커졌다

개장 직후 1% 가량 오르던 시장을 밀어내린 건 오전 10시에 나온 미 제조업에 대한 공급관리자협회(ISM)의 구매관리자지수(PMI) 충격이 컸다. ISM에 다르면 지난 6월 48.5%로 위축국면이던 제조업 PMI는 7월들어 46.8%로 넉 달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세부 지표에서 납품 지수, 가격 지수만 확장 전환했을 뿐 신규 수주와 고용면에서 실망을 더했다. 특히 고용지수는 6월 49.3에서 43.4로 급격히 둔화하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이전에 실업률이 급증하는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더구나 해당 지표 1시간 전에 나온 미국의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4만 9천건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25만 선에 근접한 것도 시장에 영향을 줬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의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 발언은 이날 고용 지표 해석 과정에 공포를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파월 의장은 전날 물가와 고용 안정이라는 두 가지 책무의 더 나은 균형을 강조하며 "테스트를 통과하면 9월 금리인하를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현재 고용 수준이 더 악화하지 않는 상태일 때 9월 인하를 단행하겠다는 의미이지만, 시장은 ISM 지표 이후 고용 악화로 인한 더 빠르고 급격한 금리인하의 충격이 올 것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선물시장 거래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페드워치(FedWatch)에서 오는 9월 50bp 인하 확률이 전날 11.8%에서 22%로 뛰었고, 9월부터 12월까지 4차례 연달하 인하할 확률이 각각 60%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13.3bp나 밀리면서 3.971%를 기록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4%를 하회하면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금리인하 폭이 가파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면서 아메리칸타워 등 리츠주, 넥스테라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기업이 2~3% 강세였다. 반면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인해 금융주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고, 제조업 전반의 주가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 반도체 인덱스 하락 촉발한 ARM..시간외 폭락 중인 인텔

반도체주는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하루 사이로 7% 급등락을 반복하며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어려운 시장을 소화하고 있다. 전날 실적 전망치를 높이지 않아 시장에 실망을 안긴 Arm 홀딩스가 하루 만에 15.7% 빠졌고, 엔비디아는 6.67%, 브로드컴은 8.5%, AMD가 8.26% 내렸다. 반도체 장비주인 ASML 미국 ADR 주가도 5.66% 빠지는 등 시장 전반의 충격이 이어졌다.

Arm홀딩스는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에서 연간 매출 전망치를 38억 달러에서 41억 달러로 유지했다. 이에 대해 니덤의 찰스 시 애널리스트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지 못했다"며 "상승 여력이 없다는 것은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Arm홀딩스는 AI가속기 등 소수 제품군의 고객 출하량은 늘었지만, 사물인터넷에 들어가는 범용 반도체 재고조정 여파로 로열티 매출 둔화를 겪었다고 전날 밝혔다.

반도체 기업 가운데 최근 랠리에 들어가지 못했던 인텔은 장 마감 이후 19.2% 폭락 중이다. 인텔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은 물론 대규모 감원과 배당 중단으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인텔이 밝힌 지난 분기 매출은 128억 3천만 달러로 예상치 129억 4천만 달러보다 낮았고, 조정 주당순이익은 2센트로 예상 10센트를 크게 하회했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 워크로드에 맞춘 (AI PC용) 코어 울트라 생산이 손실을 키웠다"며 "이러한 카테고리에 대한 투자가 단기적으로 마진을 압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약 1만 5천명의 직원을 줄이고, 100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 안전 지대는 없다…아마존도 어닝쇼크, 애플도 미지근한 실적

인공지능(AI) 서비스에 대한 투자 경쟁으로 대형 기술 기업들 실적과 주가가 기대에 빗나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클라우드 전 세계 1위 아마존은 2분기 매출은 물론 오는 9월까지의 3분기 매출도 월가 컨센서스를 밑도는 부진한 성적을 공개했다. 아마존은 2분기 매출액이 1,479억 달러로 월가 예상치 1,485억 달러를 밑돌았다. AWS 매출에서 지난해보다 19% 증가한 263억 달러로 선방했지만, 광고 매출이 기대치보다 2억 달러 낮은 128억 달러에 그쳤다.

더구나 이번 3분기 매출 전망치가 1,540억~1,585억 달러로 중간값이 1,562억 달러 수준인데, 월가 컨센서스 1,582억 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영업익 전망치도 최고 150억 달러로 컨센서스보다 3억 달러나 낮았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상반기에 아마존 클라우드를 위한 자본 지출에 350억 달러, 하반기에 더 큰 금액을 쓰겠다고 밝혀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단기 마진을 희생하면서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마케터의 스카이 카나베스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사업에서 소비자들의 지출이 둔화되었다며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아마존보다 30분가량 늦게 실적을 내놓은 애플은 기대치는 넘어섰지만, 시장의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애플의 지난 분기 매출액은 857억 8천만 달러, 주당순이익은 1.40달러로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핵심 제품인 아이폰은 지난해보다 1% 감소한 393억 달러 매출로 컨센서스 388억 달러를 웃돌았다.

지역별 성과에서 관건이던 중화권 매출은 지난해보다 6.5% 감소한 147억 달러로 기대치인 153억 달러를 밑돌았다. 이에 대해 애플은 달러 강세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향후 애플 실적을 가늠할 애플 인텔리전스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진 오는 10월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팀 쿡 최고경영자는 "삶을 풍요롭게 할 혁신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날 실적 발표에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이번엔 장기 전략과 관련이 적은 수치가 나올 것"이라며 "향후 AI 기반 아이폰, 중국 매출 성장, 경쟁 환경에서의 대응에 대한 입장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번 실적 시즌은 알파벳을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메타를 제외한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이끌던 반도체 랠리의 동력이 약해지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 하강과 고용시장 약화가 가시화되면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7월 비농업 일자리 보고서 등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중요도가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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