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역사의 한양증권 매각 과정에서 '투명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천억 규모 상장사 매각 절차가 주관사 없이 진행되는 데다 기존 최대주주인 김종량 이사장이 2대주주로 남으면서
경영권을 우호 세력에 잠시 맡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증권부 신재근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 기자,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졌죠?
<기자>
시장의 예상대로 강성부 펀드 KCGI가 한양증권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KCGI는 앞으로 5주 동안 독점 협상권을 가진 채 실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KCGI는 이번 매각 입찰에서 약 2,449억 원(주당 6만5천 원)을 매매대금으로 제시했습니다.
앞서 한양학원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한양증권 보유 지분 16.29% 중 4.99%를 남겨놓고 11.3%만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KCGI를 비롯해 케이엘앤파트너스 컨소시엄, LF, 케이프증권 등 5곳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매각을 공식화한 지 3주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보통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뒤 본입찰을 하고 그 다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이번에 본입찰 과정이 생략된 겁니다.
매도자 측이 지분을 빨리 팔아야 할 정도로 한양재단의 자금 상황이 급박하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앵커>
이번 인수전, 일반적인 M&A 절차와 달라 보입니다.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죠?
<기자>
시장에선 매각 주관사 없이 진행되는 점을 미뤄볼 때 '수의 계약'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데요.
일반적인 M&A에서 매각 주관사는 거래 상대방을 주선해 주고, 인수 후보의 자금조달 능력 등을 검증합니다. 일종의 공인중개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이번 거래는 매각 주체인 한양재단 측이 M&A를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실제로 재단 사무국 측이 매각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1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사 매각 거래(딜)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이미 상대방을 정해두고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지분 매각을 공식화한 이후부터 KCGI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한양학원이 한양증권의 지분을 KCGI에 넘겼다가 나중에 되사려고 한다는 '파킹 매매' 의혹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이 이번 거래를 마친 뒤에도 한양증권 지분 9%를 보유한 2대주주로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양재단 측 입장을 알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앵커>
만약 계약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교육부에서도 대응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요?
<기자>
교육부는 수의 계약 등 계약 과정에 부당한 문제가 확인되면 대응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양재단이 만약 부당하게 지분을 팔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 입장에서 이번 한양학원 사례처럼 학교법인의 지분 매각이 흔한 경우가 아니라서 불법인지 아닌지에 대한 내부 검토 과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다만 교육부는 계약 과정이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우선적으로 볼 부분은 허가사항에 맞는 금액에 팔았는지, 매각 대금을 원래 사용처에 맞게 썼는지인데요.
이사회 결의대로 한양학원은 최소 165억 원 이상 가격으로 지분을 팔아야 하고, 매각 대금 절반은 정기예금에, 나머지 절반은 한양대병원 재정 지원 등에 써야 합니다.
결국 매각의 발단이 된 한양학원 산하 건설사 한양산업개발에 매각 자금이 투입되는지 여부가 법 위반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양산업개발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업황 악화로 작년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양학원이 매각대금을 한양산업개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쓰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양학원이 학교 재산인 한양증권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회계가 분리된 손자법인인 한양산업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앵커>
또다른 관문은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인데,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죠?
<기자>
매각 절차의 최종 단계는 금융위원회 대주주 변경 승인인데요.
금융당국에선 현재 불거지는 의혹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습니다.
아직 최종 인수자가 정해지지 않았고, 심사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제기되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도 아닙니다.
다만 금융당국도 사안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해당 사안을 모니터링(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각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발견되면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사들로부터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시장에선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의지가 크다고 보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이 사실로 드러나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특히 구본걸 LF 회장의 증권사 인수 의지가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KCGI 측은 "금융당국의 적법한 승인 절차를 거쳐 인수가 완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