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며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 지수가 폭락하자 외국인 투자자 '엑소더스'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현물을 1조4천700억원, 코스피200선물을 6천900억원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3.65% 급락한 지난 2일에도 현물 순매도액이 8천478억원에 달했던 데 비해 장중 2배 가까운 매물이 나올 정도로 매도세가 거세다. 올해 최대 순매도 규모를 기록한 지난 5월 31일의 1조3천368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주식 선물의 경우 외국인은 지난 2일 1조8천922억원을 순매도해 지난해 8월 2일 이후 1년 만에 최대 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내림세를 시작한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2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총 2조5천72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 순매도액인 8천880억원의 3배가량이다. 개인이 3조8천19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꺾인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순매수액은 총 22조9천억원으로, 통계가 집계된 1988년 이후 최고치였다. 이전 최대치인 2004년 상반기 12조2천400억원의 거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5월만 9천54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고 1월 2조9천520억원, 2월 8조2천410억원, 3월 5조1천100억원, 4월 2조4천110억원, 6월 5조2천360억원 등으로 순매수세를 보였다.
그러나 7월 중순 이후 매도세가 확대돼 7월 순매수액은 1조7천15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 주가 조정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 확산, 엔화 절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본격화 등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된 환경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이후 중동 정치 지형이 불안한 가운데 버크셔 해서웨이의 애플 지분 축소, 엔비디아의 신제품 설계 결함설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투매가 악재 소화 과정에서 발생한 단기적인 현상으로 장기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제 경기침체가 오려면 유가가 더 내리고 구리 가격도 내려야 하는데 구리의 경우 반등이 나오고 있다. 중국 증시도 나름 선방 중"이라며 이번 매도세는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럼에도 당분간 여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 복귀를 위해선 이날 밤 발표되는 미 서비스업 지수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동 사태가 급격히 악화할 경우 투자 심리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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