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작년 11월 출범한 보수 정권이 경제 둔화 지속을 이유로 '녹색 정책'을 미루고 수출 활성화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가 이끄는 뉴질랜드 정부는 해양 석유·가스 탐사 금지 조치 해제와 함께 농수산업 탄소 배출 감축 정책 완화를 추진 중이라고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최근 국영 항공사 에어뉴질랜드는 2030년 기준 탄소 배출 목표를 철회하고 고가 친환경 연료 및 새 항공기 도입 시기를 연기했다.
앞서 뉴질랜드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05년 수준의 50%까지 줄이고,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중립)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황과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뉴질랜드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새 정부가 출범하자 환경보다는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뉴질랜드의 전 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0.2%)와 4분기(-0.1%)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0.2% 성장에 그쳤다.
셰인 존스 자원부 장관은 최근 "(뉴질랜드의) 경제 상황은 내가 기억하는 한 거의 최악"이라며 이로 인해 광물 분야를 옹호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는 2018년 노동당 정부 시절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영해 신규 석유·가스 탐사 허가권을 내주지 않기로 했지만, 새 정부는 이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정부는 해양 석유·가스 탐사를 허용하고 기업들이 쉽게 허가받도록 광물법 개정안도 올해 발의할 예정이다.
뉴질랜드는 2022년 기준 연간 9억뉴질랜드달러(약 7천200억원) 규모의 석유를 수출했다. 석유 채굴로 얻은 세수만 연 2억1천400만뉴질랜드달러(약 1천7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수출 독려 차원에서 '생물 다양성' 지원, 탄소 배출권 거래 촉진 등 농수산업 녹색 정책을 유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뉴질랜드에서 농수산업은 핵심 산업으로 전체 경제의 5%, 수출의 80%를 각각 차지한다.
정부의 이같은 기조에 환경 단체와 야권 등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환경단체 '삼림과 새'의 니콜라 토키 대표는 "현 정부는 뉴질랜드 미래 세대의 번영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녹색당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 대응이 적극적이지 않으면 많은 기업도 이를 따라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먼 와츠 환경부 장관은 "정부는 기후 변화 목표 달성을 위해 헌신하겠지만 그 방법은 직전 정부와 다를 것"이라며 경제·수출 부양과 관련된 분야는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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