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테헤란 내 하마스 지도자 암살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재차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선제 타격'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중동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면전을 우려한 미국과 주변 아랍권 국가들은 이란을 자제시키려 하지만, 이란은 이런 요청을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미국이 유럽과 중동내 협력국 정부들에 확전 방지를 위한 메시지를 이란 측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란 측이 "아랍 외교관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대응이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하지 않는다"면서 거부했다고 전했다.
요르단도 이례적으로 하이만 사다피 외무부 장관을 테헤란에 급파해 막판 보복 자제 설득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란은 요르단 측에 지난달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지도자 하니예가 암살된 사건과 관련, 타협의 여지가 없으며 과감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사파디 장관과 회담에서 하니예 암살은 "대응 없이 지나갈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중대한 실수"라며 보복 의지를 강조했다고 이란 국영 방송이 보도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5일 "우리는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를 원치 않지만 침략자(이스라엘)는 벌해야 한다"며 보복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란의 경고 속에 이스라엘에서는 선제 타격설까지 흘러나오며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4일 밤 회의에서 '억제적 수단'으로써 이란을 선제타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이스라엘 현지 매체 와이넷(Ynet)이 보도했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주례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벌써 '이란 악의 축'과 다면전을 치르고 있다"며 "우리는 공격과 방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가 돼있다. 우리를 향한 어떠한 공격행위에 대해서도 무거운 대가를 물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도 중동 지역 군사력을 증강하며 대응을 위해 긴급히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 국가안보팀과 중동정세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 상황실 안보회의를 소집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함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대화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앞서 지난 2일 탄도 미사일 방어 역량을 갖춘 복수의 해군 순양함과 구축함을 중동과 유럽으로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국방부가 발표했다.
오스틴 장관은 또 중동에 1개 대대 규모의 전투기 추가 파견, 1개 항공모함 타격 전단을 유지하기 위한 핵 추진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 타격 전단 출격도 명령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이 이르면 5일 이스라엘을 겨냥한 대규모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악시오스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란과 헤즈볼라의 이 같은 동향을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에게 통보했다.
악시오스는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정확한 공격 시점을 알지 못하지만 이르면 24∼48시간 안에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지난 3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르면 5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란이 공격의 파괴력을 키우기 위해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시리아 정부군 등 이른바 '대리 세력'을 동원하는 카드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교란하기 위해 목표물의 수를 늘릴 수 있다며, 레바논과 예멘·이라크의 '저항의 축' 무장세력 등이 투입된 공격에서 미군이 동시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중동 정세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긴장완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G7은 성명에서 "중동 지역의 고조된 긴장 상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모든 관련 당사자가 보복성 폭력의 파괴적인 순환을 지속하는 것을 자제하고, 긴장을 낮추고, 긴장 완화에 건설적으로 참여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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