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포 과도"…AI 메모리 수요는 여전

정재홍 기자

입력 2024-08-06 17:31   수정 2024-08-06 17:31

    <앵커> 우리나라 반도체 주가도 말 그대로 하루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고갔습니다. 주가는 진정됐지만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AI 거품론까지 줄줄이 악재가 이어지면서 향후 반도체 업황을 쉽게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이제 막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불안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모습입니다.

    <기자> 네.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업황 회복 본궤도에 올랐다는 게 확인이 됐죠. 문제는 가깝게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업황이 어떻게 될 것이냐입니다.

    여러 대외 변수 가운데 반도체 펀더멘탈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이른바 'AI 거품론'으로 평가됩니다.

    발단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실적발표에서 순다르 피차이 CEO의 '과잉투자가 과소투자 보다 낫다'는 발언에서부터 시작됐는데요. 빅테크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AI에 쏟아붓는 게 수익이 담보돼서 라기 보단 '승자독식'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라는 게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출시 지연 보도가 겹치면서 불을 지폈습니다.

    AI 투자가 실효성이 없는 투자이고 빅테크들이 어느 순간 투자를 줄인다면 핵심 제품을 공급하는 엔비디아와 관련 반도체를 공급하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까지 무너질 거라는 가정입니다.

    따라서 핵심은 빅테크들이 실제 AI 투자를 줄일 것이냐 하나만 확인하면 됩니다.

    <앵커> 수백조 원을 쏟아붓고 있는 AI 투자를 줄이려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다행히도 그렇지 않습니다. 빅테크들의 AI 투자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구글은 올해 상반기에만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에 1,060억 달러, 우리돈으로 144조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0% 증가한 수치입니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플랫폼 승자로 애플과 구글 두 진영만 남아 모든 시장을 독식했듯이 빅테크들은 AI 인프라에도 같은 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봅니다. 이에 앞으로 5년 이내에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최대 1조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AI 인프라 투자가 과잉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검색이나, 전자상거래 등 본인들의 제반시설로도 활용할 수 있기에 과소투자 보다 낫다라고 보는 건데요.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멈추지 않는 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GPU 공급과 HBM 같은 AI 메모리 수요도 지속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 출시를 서두르는 것도 여기에 발 맞추기 위함일텐데요. 결함 논란으로 엔비디아의 제품 로드맵에 변화가 생긴다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겐 치명타가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엔비디아에 AI 메모리를 공급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서 이제 막 공급 물꼬를 튼 삼성전자까지 바로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외신 보도로 논란이 됐던 건 엔비디아사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블랙웰 시리즈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B200 2개를 합친 GB200이라는 제품인데요. B200에는 HBM3E가 8개가 탑재됩니다.

    양산을 준비하면서 발생한 결함으로 출시가 3개월 가량 지연될 수 있다는 소식인데요. 반도체 설계를 한 엔비디아의 문제인지, TSMC 생산과정에서 패키징 방식의 문제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블랙웰 출시만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지 AI 가속기 자체의 수요가 떨어진 게 아니라는 겁니다. 아직도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2년 전 선보인 H100과 지난해 공개한 하이엔드용 H200입니다. 각각 HBM3와 HBM3E가 탑재되기에 여전히 AI 메모리 수요는 지속됩니다.

    <앵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HBM3E 공급 비중을 굉장히 높게 설정했잖아요. 문제가 발생한 제품이 아니더라도 고부가가기치인 HBM3E 탑재에는 영향이 적다는 이야기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HBM 내에서 HBM3E 매출 비중이 6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봤고요. SK하이닉스는 이에 앞서 올해 3분기부터 HBM3E 출하량이 HBM3를 넘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업계에서는 블랙웰 출시 지연이 있더라도 엔비디아의 제품 믹스, 블랙웰 시리즈의 파생상품 출시도 가능하기에 HBM3E 출하는 지속된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 또한 HBM 수요 대응에 총력을 다하는 기조에 변화를 주진 않고 있습니다.

    어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를 방문해 HBM 생산라인을 점검하면서 AI 거품론에 대해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한 기업만이 살아남아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며 "내년에 6세대 HBM(HBM4) 조기 상용화해 AI 반도체 리더십을 지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엔비디아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과 이에 따른 AI 메모리에 투자가 과열되면서 공포 또한 커진 게 최근 반도체 시장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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