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한 정신과 병원에서 손발이 묶였던 환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 측이 병원의 격리·강박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7일 유족 측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 모 병원에서 숨진 30대 A씨는 사망 전날인 5월 26일 오후 7시께 병동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안정실에 홀로 격리됐다.
의료진은 이후 A씨의 저항이 이어지자 27일 오전 0시 30분부터 2시 20분까지 손발과 가슴을 침대에 묶는 강박 조처를 실시했으며, A씨는 오전 3시 40분께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유족 측은 의료 기록지를 토대로 병원 측이 A씨를 격리·강박하는 과정에서 체온·맥박·혈압 등 측정값인 '바이탈 사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료 기록지 상에는 26일 오후 8시 20분부터 27일 오전 2시 2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각각 3차례의 바이탈 확인이 이뤄진 것으로 기록됐다.
보건복지부는 강박 시 최소 1시간,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최소 30분마다 의료진이 환자의 활력징후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침에 명시하고 있다.
유족은 병동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A씨의 배가 부풀고 코피를 흘린 채로 호흡이 거칠어진 모습이 보이지만, 의료진은 강박만 해제하고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망 당일 진료 기록상에는 의사의 '구두 지시'만 적혀 있으며 격리실 CCTV 영상에도 의사가 A씨를 검진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유족은 또 병원 측이 A씨에게 '쿠에티아핀'이라는 향정신성약물을 과다 투여해 부작용으로 변비 증상이 나타났고, 이는 A씨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장폐색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했다.
유족은 오는 9일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과 함께 A씨 사망 사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A씨는 지난 5월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유명 정신과 의사 B씨가 운영 중인 병원에 입원했다가 17일 만에 사망했다.
경찰은 지난 6월 유족 측이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B씨 등 의료진 6명을 고소함에 따라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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