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복보다 물가 걱정…골드만삭스는 "조정 막바지"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8-13 08:16  



미국 뉴욕증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7월 생산자 물가지수 발표에 대한 경계감과 이란-이스라엘,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정학 우려 확산에 혼조세를 기록했다.

현지시간 1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지난주 금요일보다 0.23포인트 오른 5,344.39에 장을 마쳤고, 나스닥은 35.31포인트, 0.21% 상승한 1만 6,780.61을 기록했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36% 하락한 3만 9,357.01로 약세를 보였다.

● 이란 이번 주 보복 우려…금값·유가 급등

이날 시장은 개장 직후 소폭 반등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가능성을 미 백악관이 인정하면서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러한 여파로 변동성 지수는 이날 1.67% 올라 20.71 수준을 지켰고, 금과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 금요일보다 3.62% 뛴 배럴당 79.62달러까지 올라섰다. 금 가격도 트로이온스당 1.55% 올라 2,511.8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썼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동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이란 혹은 그 대리인이 며칠 내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현지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최고 경계태세를 발령하고 이란의 보복에 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현지에 배치되어 있는 시어도어 루즈벨트 항모 외에 2주 이내 추가 항모 전단과 F-35기 등 전략자산을 추가 배치하는 등 지역 내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 지표는 시장에 별 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기대 인플레이션에서 1년 전망 3.0%, 3년 기대치는 전월보다 0.6%포인트 내린 2.3%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3년 기대치가 이같은 수치를 보인 건 2013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주 급격한 변동과 침체 우려를 소화한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 기준 다음 달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50bp인하 확률은 51.5%로 여전히 과반을 넘는다. 또한 오는 11월과 12월 연이어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이어졌다. 채권시장도 이러한 기대와 지정학 위기로 인한 수요를 한 번에 소화하며 10년물 국채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3.7bp 내린 3.905%로 다시 하락 전환했다.



● 골드만삭스 "야구로 치면 9회 중 8회..조정 막바지"

한바탕 급등락을 소화한 시장을 두고 월가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주말 사이 발간한 월가 보고서 가운데 도이치뱅크는 트레이들의 포지셔닝을 종합 분석해 지난주 주식에 대한 비중을 전체 100분위로 나눠 볼 때 97%까지 올랐던 것이 한 순간 31%까지 빠질 만큼 급격했다고 진단했다.이번 2분기 실적시즌 절반을 소화한 가운데 경기 약화와 이익 증가율과 같은 기초 여건이 추가로 둔화할 것을 우려해 공격적인 비중 축소에 나섰다는 진단이다.

대표적 회의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미국 주식 수석전략가도 지난주 시장을 흔들 배경을 지목되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아니라 펀더멘털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크 윌슨은 상반기 들어 미국 경제가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높은 밸류에이션, 3분기 실적의 추가적인 약화 가능성을 반영해 S&P500 기준 5천에서 5,500선의 움직임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월가 전망은 위기가 한 차례 지난 것으로 보고 비교적 낙관적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이번 주 CPI가 예상치보다 높게 나오더라도 투자자들이 당황할 것 없다"고 CNBC를 통해 밝혔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노동 지표로 무게를 옮겨가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위험에 주목하는 만큼 전향적인 금리인하 기대는 유지되고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의 스콧 루브너 글로벌시장 부문 상무는 현재의 조정이 이달 말까지 이어진 뒤 랠리가 찾아올 수 있다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스콧 루브너는 "8월 주식 시장은 수요 공급의 불균형을 끝내고 있다"며 "야구로 치면 9회 중 8회까지 조정이 온 셈"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글로벌 거시 경제는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8월 30일은 전술적으로 낙관적인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브루너 전략가는 그러면서 "최악의 시장 기술적 상황이 이미 지나갔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며 "이번 달부터 조금씩 주식을 더 사들여도 될 만하다"고 조언했다.



● 엔비디아 4%..오는 28일 실적에 촉각

시장 환경이 취약했음에도 이날 엔비디아는 반도체 업종을 홀로 밀어올렸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하루 0.73%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2023년 9월 시작한 반도체 업사이클이 4번째 분기"로 역사적으로 평균 10분기 지속한 점을 감안해 추가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UBS는 차기 아키텍처인 블랙웰의 출하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3개월이 아닌 4~6주 지연에 그칠 것으로 보고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가 150달러를 유지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이런 평가 속에 4% 강세를 기록했다.

스바벅스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이은 스타보드밸류의 지분 투자 사실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알려지며 2.5% 올랐다. 금값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캐나다 금광업체인 배릭 골드는 2분기 매출 31억 6천만 달러로 컨센서스를 상회한 성과에 하루 9% 뛰었다. 트럼프미디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 시간 13일 오전 9시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토론을 진행한다는 글을 남긴 여파로 5% 넘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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