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밀레니얼 세대'(27∼44세)들이 이전 세대의 청장년 시기보다 더 부유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한 덕분이다.
13일(현지시간)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밀레니얼 세대 가운데 1980년대생의 가계 순자산 중간값이 2019년 6만 달러(인플레이션 감안·약 8천161만원)에서 2022년 2배 이상인 13만 달러(약 1억7천683만원)로 크게 늘었다.
1990년대생의 순자산 중간값은 같은 기간 4배 이상인 4만1천 달러(약 5천577만원)로 늘어났다.
올해 1분기 기준 1980∼1990년대생의 자산 총합은 14조2천억 달러(약 1경9천조원)로 4년 전 4조5천억 달러(약 6천121조원)보다 215%나 증가했다.
1980∼1990년대생의 자산은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생)와 엑스세대(1965∼1980년생)의 청장년 시기보다 25%가량 많다는 결론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재정적으로 최소한 괜찮다고 응답한 30∼44세 응답자가 66%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10년 전에는 55%에 그쳤다.
미국 청장년층의 자산이 늘어난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 덕분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등을 감안해도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자산이 2조5천억 달러(약 3천400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은 직장생활 초반부터 퇴직연금(401K)에 돈을 많이 넣어, 주식과 뮤추얼펀드 강세장도 이들의 자산이 불어난 요인이 됐다.
피델리티 자료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퇴직연금 계좌 평균 자산은 2019년 2만7천600 달러(약 3천754만원)에서 지난 1분기 5만9천800 달러(약 8천134만원)로 늘어났다.
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밀레니얼 세대 앤디 홈스는 "재정적으로 대학 졸업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위치에 있다"면서 47살은 되어야 달성할 것으로 생각했던 순자산 수준을 37살 때 이뤘다고 말했다.
그가 2010년 9만 달러(약 1억 2천만원)에 산 집은 현재 30만 달러(약 4억원)가량이고, 2017년 이후 주식 투자로도 많은 돈을 벌었다.
다만 밀레니얼 세대는 자산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느끼고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은 현금 흐름을 창출하지도 못하는데다 2008년 금융위기 경험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전체적인 자산 규모는 늘었지만 불평등 문제는 여전하고, 오히려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인트루이스 연은 자료를 보면 2022년 밀레니얼 세대 상위 20%와 하위 20%의 자산 격차는 34만3천 달러(약 4억6천만원)다. 1989년 베이비부머 때의 격차 28만6천 달러(약 3억8천만원·인플레이션 감안)보다 늘었다.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과의 진 트웽이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 자산 격차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2020년이나 그 이전, 혹은 이후 집을 샀거나 아예 사지 않았는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기존주택 가격은 2020년 6월 이후 19% 상승(인플레이션 감안)했다고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집계했다.
육아·주거·의료비 부담 증가, 수명 연장에 따른 노후 자금 등을 감안하면 밀레니얼 세대의 형편이 더 나아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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