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종다리'가 열대 해상의 뜨겁고 습한 공기를 몰고 한반도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냉방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종다리가 몰고 오는 비구름이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 밀집지인 호남 일대를 덮을 것으로 보여 전력 수급에 상당한 긴장이 예상된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종다리는 이날 오후 6시께 서귀포 서쪽을 지나면서 한반도에 본격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21일 자정께 목포 서북서쪽 부근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종다리가 높은 전력수요를 자극하면서도 비구름으로 태양광 발전 효율을 낮춰 전체적인 전력 생산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종다리는 서남부 해안을 스쳐 북상하면서 호남권에 넓은 비구름대를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종다리의 영향권에 들 호남 지역은 국내 전체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의 약 40%가 몰린 태양광 발전 중심지다.
비구름이 형성돼 태양광 발전 효율이 낮아지면 태양광 발전이 양호한 맑은 날과 비교해 국내 전력시장에서 전력수요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국내 전체 태양광 발전 설비 가운데 약 3분의 1이 전력시장에 들어온 상태다.
올해 8월 전력거래소의 예측치 기준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전력시장 내 설비가 9.1GW(기가와트),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이 16.2GW, 자가용 설비가 5.3GW이다.
전체 태양광 설비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자가용 설비나 직접 PPA 계약을 통해 전기를 쓰는 고객들은 평소 태양광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하다가 전기가 부족해지면 전력시장에 들어와 일반 전기를 사 간다.
기상 여건에 따라 태양광 발전량이 줄면 전력시장의 수요는 그만큼 증가하게 되는 이유다.
전력시장 수요와 시장 밖 태양광 발전 수요를 합친 총수요가 102GW에 달했던 전날 오후 2∼3시 태양광 출력은 16.5GW로 전체 전력수요의 16.2%를 차지했다.
여름 최대 전력수요 발생 때 태양광 발전 비중이 상당한 수준까지 높아져 기상 조건에 따라 변동하는 태양광 발전 상황에 따라 실시간 전력수급을 관리해야 하는 당국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최대 전력수요는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전날 오후 6시(오후 5∼6시 평균) 최대 전력수요는 95.6GW로, 전력수급 역사상 여름철 최고 수준이었다.
올여름 전력수요는 지난 5일 93.8GW, 12일 94.5GW, 13일 94.6GW 등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거듭 경신 중이다.
전력거래소는 20일 오후 전력수요가 96.6GW에 달해 또 역대 여름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간대 공급예비력과 예비율은 7.4GW, 7.6%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급예비율이 7%대로 내려가는 것은 2022년 7월 7일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예비력이 5.5GW까지 떨어지면 정식으로 전력 수급 경보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준비'가 발령된다.
이후 추가 예비력 감소 상황에 따라 경보는 '관심'(예비력 3.5∼4.5GW), '주의'(2.5∼3.5GW), '경계'(1.5∼2.5GW), '심각'(1.5GW 미만)으로 격상된다.
이처럼 전력수요가 이미 높은 상황에서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더해질 것으로 전망돼 전력당국은 공급예비율 추이를 지켜보면서 미리 준비된 비상 대응 조치 가동도 일부 준비하고 있다.
전력당국은 이날 예상대로 95GW대의 높은 최대 전력수요가 나타나면 초기 대응 조치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출력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당국은 석탄발전기 출력 상향 운전, 필요시 전력 사용 감축을 약속한 수요자원(DR) 가동, 전압 하향 조정 등을 통해 최대 7.2GW의 비상 예비 자원을 확보해둔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