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장기록 랠리 멈췄다…벌써 9월 바라보는 월가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8-21 07:50  



미국 뉴욕증시가 S&P500 지수 기준 연간 최장 상승기록을 세우고 9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시장은 엔비디아 등 반도체 종목의 차익실현 등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장중 반등을 시도하던 시장은 오는 23일로 다가온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심포지움을 기다리는 가운데 관망세로 인해 큰 힘을 받지 못했다.

현지시간 2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0.2%, 11.13포인트 내린 5,597.12로 후퇴했고, 나스닥 역시 59.83포인트, 0.33% 내린 1만 7,816.94에 그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장 막판 매수가 들어왔음에도 61.56포인트, 0.15% 하락한 4만 834.97로 거래를 마쳤다. 주식시장은 다소 약했지만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가격은 트로이 온스당 0.52% 오른 2,554.60달러로 기록을 썼다. 전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101.36으로 0.51% 약세를 보였다.



● 김빠지고 있는 잭슨홀…줄줄이 돌아선 연준 위원들

거시경제 지표 발표가 없이 연준 위원들의 발언과 일부 실적 발표 기업 등을 제외하고 비교적 조용한 하루 거래 양상이 이어졌다. 연준 위원들은 전날까지 비둘기파와 매파 인사들이 연달아 금리인하를 시사하며 9월 인하와 연내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주말 사이 미국 CBS 등과 인터뷰에서 현재의 제한적인 통화정책은 경기 과열에 해당하는 것으로 "너무 오래 긴축하면 고용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며 완화에 힘을 실었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도 파이낸셜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최근 물가 지표의 진정이 있음을 인정하며 인하가 가까웠음을 알렸다. 연준 내에서 대표적 매파 인사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전날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위험 균형이 바뀌었기에 9월 인하 논의가 적절하다"며 "실업률이 3.7~3.8%라면 논쟁 조차 하지 않겠지만, 노동시장 우려에 따라 대화 주제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연준 내에서 가장 강성 매파로 꼽히는 미셸 보우먼 이사는 알래스카 은행가 포럼에 참가해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상승 위험이 있다"며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신중론을 폈다. 보우먼 이사는 "단일 지표에 과잉반응하다가 인플레이션의 진전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지난 몇 년간 지표 측정의 문제가 있었고 수정 범위와 빈도가 잦아지는 등 경제 예측과 진전에 보다 신중한 접근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에도 시장은 여전히 9월 금리인하를 높은 가능성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선물시장을 바탕으로 추정한 페드워치(FedWatch) 기준 9월 25bp 인하 가능성은 69.5%, 50bp 전망은 30.5%로 나타났다. 연준 인사들이 있다라 경기침체 위험을 낮게 전망하고 있고, 지난주 소매판매 지표 호전으로 인해 50b 확률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이번 주 후반 파월 의장의 연설을 두고 시장에서는 양단으로 엇갈리고 있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큰 신호를 내진 않더라도 이러한 생각을 숨기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권오성 주식·퀀트 전략가는"예상처럼 비둘기파적일 가능성은 낮고, 대형주의 움직임을 촉발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봤고, 파이퍼샌들러는 "투자자들이 걱정의 벽에 올라탔다"고 시장 분위기를 평가했다.



● "내달 13일까지 자사주 매입"..지정학 위기도 진정

주후반 대형 이벤트탓에 마땅한 재료가 부족한 시장이지만 랠리 가능성을 열어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스콧 루브너 글로벌마켓 전무이사는 시장 상승에 기댄 상품 트레이딩 어드바이저(CTA)의 레버리지가 다시 늘고 있고, 내달 13일까지 자사주 매입기간 매일 66억 달러 이상 유입이 기대된다며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11월 미 대선으로 변동성 장세가 나타나더라도 연말께 S&P500지수가 6천선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미국 주식 수석전략가는 "시장의 진정한 시험대는 8월 고용 보고서가 될 것"이라며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 윌슬 전략가는 지난주 소매판매 지표 호조 등 성장이 지속된다면 S&P500 지수가 5,400선 위에서 상승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내달 6일로 예정된 고용보고서, 11일에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 등의 변수를 앞두고 단기적인 변동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거지 지표 발표가 숨고르는 사이 이날 미국 바깥의 지정학적인 위험은 꾸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텔아비브에서 벤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대담 후 가자 지구 휴전안 협상에 진전이 있음을 알렸고, 이날은 이란혁명수비대의 알리 모하메드 나이니니 대변인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휴전 협상안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내고 있지만 중재국을 통한 상황 개선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74% 재차 하락을 보이면 배럴당 73.82달러까지 밀렸다.

개별 종목 가운데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하루 만에 반납했다. 전날 주당 130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차익실현 매도로 2.12% 크게 내렸고, AMD(0.72%), 텍사스인스트루먼트(0.94%)를 제외한 대부분의 반도체, 장비주가 하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인덱스는 이날 1.33% 하락한 5,196.30에 마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0.78% 올라 시총 2위를 회복했고, 기술주 가운데 보안 부문 플랫폼 구독으로 호실적을 낸 팔로알토네트웍스가 7.18% 강세였다. 팔로알토는 연간 매출 전망치를 91억~91억 5천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91억 달러)보다 높게 가이던스를 냈고, 주당순이익 전망치는 6.18~6.31달러를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C레벨급의 전략적인 대화, 유기적인 인수합병, 조직 내 생산성 향상이 돋보인다"고 평가했고, 웨드부시는 "플랫폼 구독 바탕으로 강력한 지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목표가 400달러를 제시했다.

일라이릴리는 비만치료제 성분인 티르파티제를 비만 혹은 과제충인 성인에게 176주간 장기 복용한 결과 체중이 22% 이상 감소하고, 당뇨병 발병 위험이 94% 감소했다는 발표로 3% 넘게 강세를 보였다. 웰스파고는 일라이릴리가 "풍부한 제조 기반과 파이프라인으로 장기적인 해자를 구축했다"며 헬스케어 업종 최선호주로 목표가 100달러를 제시했다. 다른 종목들 가운데 테슬라는 유럽연합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초안에서 당초 예상(20.8%)보다 낮은 9.0%를 받게 되면서 개장초 2% 가량 올랐으나 장중 하락 전환해 -0.73% 내렸다. 존슨앤드존슨은 심장질환 치료 관련 V-웨이브를 17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1.23% 올랐고, 하와이안 홀딩스는 알래스카 항공의 인수를 미 법무부가 최종 승인하면서 11.3% 강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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