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명 배우 알랭 들롱이 지난 18일 별세하자 그가 생전 키우던 10살짜리 반려견의 운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들롱은 생전 반려견 '루보'를 안락사해 자신과 함께 묻어주길 바란다는 소원을 밝힌 바 있다.
올해로 10살이 된 벨지안 말리누아종 반려견인 루보는 들롱이 2014년 보호소에서 입양해 지금껏 키워온 개다.
들롱은 2018년 프랑스 현지 잡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루보에 대해 "그는 내 인생의 마지막 개다. 난 그를 아이처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내가 먼저 죽으면 수의사에게 우리를 함께 데려가 달라고 요구할 것이고, 내 팔에 안긴 채 안락사될 것"이라면서 "그가 내 무덤 위에서 큰 고통을 겪으며 죽음을 택할 걸 아느니 그게 낫다"고 말했다.
건강한 반려견을 안락사해 함께 묻히겠다는 해당 인터뷰는 당시에도 동물보호단체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반발을 불렀고, 이달 18일 들롱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곳곳에서 루보의 운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프랑스 동물보호협회(SPA)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동물의 생명이 인간에 좌우되어선 안 된다. SPA는 기꺼이 그의 개를 데려가 (새) 가족을 찾아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인 브리지트 바르도 재단은 들롱의 딸 아누슈카에게서 루보를 안락사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재단 대변인은 "막 아누슈카 들롱과 통화했고 그는 루보가 가족의 일부이며 계속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 개는 안락사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들롱의 세 자녀는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전하는 성명에서도 "알랭 파비앙, 아누슈카, 앙토니, 루보는 아버지의 별세를 발표하게 되어 매우 슬퍼하고 있다"며 루보의 이름을 자신들과 함께 언급한 바 있다
1971년 두쉬에 정착한 들롱은 사유지 내에 묘지를 만들고 최소 35마리에 이르는 반려견의 유해를 안치해 왔다. 그의 유언 중 하나는 '반려견들과 함께 묻히고 싶다'는 것이었다.
'태양은 가득히'(1960),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6), '사무라이'(1967) 등 9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프랑스 대표 미남 배우로 손꼽혀 온 들롱은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투병 생활을 해왔다.
이후 들롱을 돌봐준 일본인 동거인과 들롱 자녀들 간 불화설, 들롱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자녀들 간 고소전이 벌어져 씁쓸한 말년을 보내다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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