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국제 금값이 연일 치솟고 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 보유량을 늘리면서 금값 상승 랠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년 넘게 제자리입니다. 왜 그런 건지 경제부 김예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금값이 얼마나 오른겁니까?
<기자>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21% 넘게 상승했습니다.
금을 세는 단위로 많이 쓰는 1트로이온스, 31.1g 당 금의 선물 가격은 지난 16일 사상 처음으로 2,5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16일 이후로도 금값은 매일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금값이 오르고 있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미국의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걸로 풀이됩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아무래도 달러 가치는 지금보다 하락할 것이고, 이때 대체제 성격의 금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것이고요.
금은 이자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통상 금리가 낮아질 때 달러의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으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최근 11월 미 대선과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 역시 안전자산인 금 매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히고요.
주요 금융기관들은 금값이 앞으로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은 금값이 내년 중반께 2,700달러를 향할 수 있다고 예상했고, 시티그룹은 금 목표가를 3천달러로 제시했습니다.
현재 가격에서 20%가량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겁니다.
<앵커>
금을 많이 사둔 투자자들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소식인데요. 그런데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다른 중앙은행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죠?
<기자>
네, 맞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104.4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 보유량으로 보면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6위입니다.
외환보유액 대비 비중으로 비교해보면 더욱 낮습니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60%대 후반, 러시아 25.7%, 중국 4.3%인데 반해, 한국은 1.7%에 그쳤습니다.
외환보유액 총액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9위지만, 금 보유 비중은 그에 반해 상당히 낮은 겁니다.
<앵커>
금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인데도 금을 사지 않고 있다면 필요성을 주문하는 견해도 나올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지난 2년간 2,000톤 넘는 금을 순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기존 금 매수세를 주도했던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같은 신흥국들에 이어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금 보유량을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한 조사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의 60% 가까이가 향후 5년 동안 자산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당장 1년내 금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선진국 비율은 13%에 달합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90톤의 금을 산 이후 금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요.
각국 중앙은행의 정확한 금 매입 가격을 알 수 없지만, 그 시세를 감안하면 수익률이 3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수익 창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금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은이 지금이라도 금 매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앵커>
한국은행이 10년째 금 비중 확대와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현재 한국은행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을 추가 매입하겠다는 의사만 밝힌 상황입니다.
금 보유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우선 금값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장기수익률을 고려하면 다른 자산에 비해 매력이 있는 투자 수단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실제 가격 변동성(리스크) 위험을 감안한 위험조정수익률을 보면 금은 미국채뿐만 아니라 미주식에 비해서도 상당폭 낮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금이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점도 한은이 금 매입을 꺼리는 이유로 꼽힙니다.
필요한 시점에 즉시 현금화하는 데에는 거래비용, 거래상대 탐색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겁니다.
결국 금은 현금화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이자나 배당수익 등이 없어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고요.
또, 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중앙은행들의 상황이 한은과 다르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최근 금을 대규모로 사들여 가격 상승을 주도한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은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죠.
이에 반해 한은은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잠재돼 있는 상황에서 금 보유 확대보다는 미 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는 입장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경제부 김예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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