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안정과 장기적인 한국 경제의 발전 방향 등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부동산 가격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2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와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 등과의 '상충 관계'를 고려할 때 지금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통화정책의 수량적 목표는 될 수 없다"면서도 "한은의 목표는 금융안정이고, 금융안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며 "한은이 이자율를 급격히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그런 실수는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정부 거시건정성 정책과 공조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한은이 부동산 가격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또, 이 총재는 "한국경제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부동산 가격 올라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동산이 소득 대비 너무 많이 올라가서 버블(거품)이 꺼질 때 금융안정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며 "그동안 경기가 나빠지면 부동산을 좋게 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모습이 반복되어 왔는데, 금통위원이 그런 고리를 끊어낼 때가 됐다는 의견도 냈다"고 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 공급책에 대해선 "과감하고 현실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총재는 "국회를 통해서 정부의 부동산 공급책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이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데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금리가 예전처럼 0.5% 수준으로 내려가 '영끌'에 대한 부담이 적을 거라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진단했다.
아울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중심으로 발표된 수요 정책도 우리나라 금융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다만,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4명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들도 시행되는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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