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트위터의 명성을 잃은 소셜미디어 엑스(X)가 예멘 무기상의 공개적인 상품 진열대로 전락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꼬집었다.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예멘 수도 사나 소재 무기상 최소 68곳이 엑스에 돌격소총과 기관총, 수류탄과 유탄 발사기 등 각종 무기 사진을 게시하고 판매 중이다.
사나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 장악 지역이다. 무기상들이 올린 사진에는 후티 반군의 로고와 함께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유대인에는 저주를 이슬람에는 승리를' 등 문구도 들어 있다.
일부 무기상의 계정에는 과거 유명인사 등의 공식계정에 달렸다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엑스를 인수된 뒤로는 유료 사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인증 마크인 '블루 티크'(blue tick) 표시가 되어 있기도 하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 일원인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가자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하마스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의미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2월부터 미국은 후티를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했고, 후티 반군 핵심 관계자 4명을 제재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인은 통상적으로 제재 대상과 거래할 수 없다. 테러 단체와의 특정 거래에 연루된 자는 제재 위험이 노출된다. 테러범의 급진화, 테러범 모집을 위한 인터넷 활용을 방지하는 데 있어 미국은 진지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의 예멘 특사인 팀 렌더킹도 "후티가 돈벌이와 무기 구매 및 이전에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물론 그들은 자금을 모으고 대원을 모집하는 데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예멘 무기상들은 벌써 몇 년째 엑스 계정을 사용해왔으며, 일부는 머스크가 엑스를 인수하기 전부터 계정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검열에 반대해 온 머스크가 소유주가 되면서 엑스의 콘텐츠 규정이 완화됐고 결과적으로 테러 및 극단주의 관련 콘텐츠가 더욱 버젓이 유통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더타임스 등은 짚었다.
전문가들은 무기 판매 행위 자체가 엑스의 규정에 어긋난다면서, 일론 머스크 소유의 엑스가 테러단체인 후티의 무기 거래를 감지하지 못한 것은 위법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예멘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내고 지금은 뉴욕 소재 비정부기구인 반극단주의 프로젝트의 수석 고문으로 활동하는 에드먼드 피튼-브라운은 "이것은 명백한 물질적 테러 지원이다. 엑스는 극단주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뼈아픈 역사가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트위터에서 엑스로 상호가 바뀐 뒤 더 악화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소셜미디어 업체도 엑스의 무기상 게시물 방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왓츠앱의 대변인은 "테러단체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되면 우리는 계정을 금지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통해 법적인 책무와 서비스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엑스에 요청했으나 답변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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