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한마디에...은행, 주담대 만기·한도 다 죈다

유오성 기자

입력 2024-08-26 17:34   수정 2024-08-26 17:34

    [앵커]
    가계대출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린 것을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개 비판한 지 하루 만에 은행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대출 금리를 올려서 수요를 꺾으려는 방법 대신, 이번에는 만기와 한도를 줄여, 아예 대출 문턱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경제부 유오성 기자 나왔습니다. 유 기자, 최근 관치 금리, 그러니까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걸, 당국이 사실상 용인한 것이다. 이런 비판이 쏟아졌는데, 이복현 금감원장, 태세 전환에 나선 겁니까?

    [기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린 것을 두고 이복현 금감원장이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선 것은 은행 이자 장사를 사실상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위한 걸로 풀이되는데요.

    8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5조8,957억 원(22일 기준)으로 이달 들어 6조1,456억 원이 불었습니다.

    은행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달 7조5,975억 원까지 늘었는데, 이는 2016년 이후 한 달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입니다.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감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고, 매매가격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8월이 일주일 남았고, 9월 2단계 DSR이 시행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이번 달 주담대 증가폭이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시장에서는 거의 확정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가계 부채 관리 실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은행 이자 장사에 대한 당국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금리 이외의 수단을 동원해 가계부채를 잡아 내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금융당국이 직접 대출 이자를 올리라고 지시한 적은 없지만, 이번 발표로 은행들은 내심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관리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았는데요.

    당국은 은행들이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금리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지 않고 대출 수요를 관리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목소리가 은행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당초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한 곳은 금융 당국이었고, 또 최근 두 달 간의 릴레이 금리 인상을 사실상 묵인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은행들은 이미 20차례 넘게 대출금리를 올렸고, 금리로도 해결이 안되자 갭투자에 활용되는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등 대출을 조이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시장 왜곡 등 비판에 직면하자 당국이 그 책임을 은행권에 전가하고 있고, 은행으로선 이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앵커]
    억울하다고는 하지만 강한 압박이 예고된 만큼 은행들이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을텐데요.

    [기자]
    당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가 나간지 하루 만에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만기와 한도 제한 조치로 응수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주담대 대출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현재 최장 50년(만34세 이하)인 주담대 대출 기간이 수도권 소재 주택에 대해 30년으로 일괄 축소됩니다. 또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도 물건별 1억원으로 제한되고, 1년 이내였던 주담대 거치기간도 당분간 폐지됩니다.

    우리은행도 다음달 2일부터 주담대 총량관리에 나섭니다.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한도를 기존 2억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고, 갭투자 방지를 위해 소유권 이전이나 신탁등기 말소 등에 쓰이던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합니다.

    신한은행도 오늘부터 갭투자 수요를 줄이기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고요. 또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당국 주문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다음달이면 시행이 되지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거란 우려는 여전하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가계부채 상승세가 좀 처럼 잡히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는 상황입니다.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은 은행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입니다. 은행 주담대의 위험가중치 하한선은 현재 15% 수준인데 이를 2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겁니다.

    위험가중치를 높이면 은행들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담대를 늘릴 경우 자본을 더 쌓아야 합니다.

    또 전세대출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지역별로 DSR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정책 모기지,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 지금까지 DSR을 산출하는 데 포함하지 않던 대출들을 앞으로 포함해 산출하는 카드를 꺼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 됩니다.

    아울러 집값에 비례해 돈을 빌리는 한도를 규제하는 주택담보인정비율을 낮추자는 LTV 강화 방안도 논의되고 있어, 집값과 가계부채 상승을 막기 위한 대출 규제 강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앵커]
    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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