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3.2% 늘어난 677조원...내수 부진에도 허리띠 졸라맸다

전민정 기자

입력 2024-08-27 15:05  

정부, 2025년 예산안 국무회의 의결
지출증가폭 2년 연속 3%안팎...'고강도 긴축' 기조 이어가
24조 지출 구조조정…최상목 "재정의 지속가능성 정상화 과정"
2025년 예산안 브리핑

정부가 내년 국가예산 규모를 올해 예산보다 3.2% 늘어난 677조원으로 편성했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올해 지출 증가율 2.8%보다는 소폭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2년 연속 지출 증가폭을 3%대 안팎으로 묶어두는 '고강도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 재정이 내수 경기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5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총수입은 39조6천억원(6.5%) 증가한 651조8천억원으로 짜였다.

국세를 15조1천억원(4.1%) 더 걷고, 기금 등 세외수입을 24조5천억원(10.0%) 늘려 잡은 결과다.

총지출은 20조8천억원(3.2%) 늘어난 677조4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지난해 발표된 중기계획(4.2%)에 못 미친다.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올해(2.8%)와 2010·2016년(각 2.9%)에 이어 4번째로 낮다.

2년째 총지출 증가율이 3% 내외에 묶인 탓에 윤석열 정부 3년간 총지출 증가율(본예산 기준)은 연평균 3.9%를 기록, 4%에 미달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8.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명박(6.3%)·박근혜(4.2%) 정부보다도 낮다.

내년 예산안에서 의무지출은 347조4천억원에서 365조6천억원으로 18조2천억원(5.2%), 재량지출은 309조2천억원에서 311조8천억원으로 2조6천억원(0.8%) 각각 증가했다.

이 중 재량지출이 1%에도 못 미치는 0%대 증가율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약화했다"며 "이를 정상화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긴축 재정 속 지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협업 예산'도 추진했다.

이렇게 확보한 예산은 민생 지원을 최우선으로 하고, 미래 도약을 위한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에 중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약자복지', '경제활력 확산', '미래 준비하는 체질개선', '안전한 사회·글로벌 중추 외교'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우선 올해 대규모 삭감 사태를 겨껐던 연구·개발(R&D) 예산은 대폭 증액으로 전환된다.

선도형 R&D를 중심으로 관련 예산을 26조5천억원에서 29조7천억원으로 늘려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또 경제활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반도체 투자에 대해 4조3천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이 공급된다.


원전·방산·콘텐츠 펀드를 신설하고, 유망중소기업 100개 사를 선정해 컨설팅·바우처·스케일업 금융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점프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선 공공주택을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2천호(임대 15만2천호·분양 10만호) 공급한다. 관련 예산은 14조9천억원을 배정했다.

노인 일자리는 103만개에서 110만개로 늘린다. '1천만 노인 인구'의 최소 10%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육아휴직급여의 상한을 월 15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으로 인상한다. 사업주의 대체인력지원금을 늘리고, 육아휴직 업무분담 지원금(월 20만원)을 신설한다.


필수·지역 의료를 강화하는데에도 2조원이 투입된다. 의대 입학정원의 증원에 맞춰 의대 교수와 교육 시설을 확충하고, 전공의 수련비용과 수당을 지원하는 용도다.


이외에도 전기차 스마트제어 충전기(2만3천기→9만5천기)를 대폭 확충하고, 딥페이크 인공지능(AI) 영상·음성분석 예산도 신규 편성한다.

정부가 내수 부진 장기화 조짐에도 2년 연속 바싹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재정의 경기 대응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내수 예산으로 꼽히는 사회간접자본(SOC·25조5천억원) 분야 지출은 올해보다 3.6% 줄었다.

SOC 예산 축소가 가뜩이나 부진한 건설 경기 위축을 부추길 수 있단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재정 총량을 두고 재정 역할 하느냐 못하느냐를 볼 것은 아니다"라며 "총량의 성장 기여도는 낮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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