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잡아도 대장암 위험 낮춥니다

입력 2024-09-04 06:26   수정 2024-09-04 07:55


의학계에서는 현재 추세라면 매년 대장암을 진단받는 환자 수가 2020년 190만명에서 2040년에는 32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 20~49세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중 1위였다. 이는 호주(11.2명), 미국(10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대장암 증가 추세에는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경우 서구형으로의 식생활 변화에 따른 비만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본다.

다만, 지금까지는 아시아 국가별로 대장암 발생에 대한 비만의 영향이 서로 다르게 평가돼 아시아인 전체의 대장암 증가세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아시아인 전체를 대표하는 대규모 코호트(역학) 연구에서 비만과 대장암 발생의 뚜렷한 연관성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중국·일본·대만·싱가포르·이란 공동 연구팀은 미국의학협회(AMA)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서 '아시아 코호트 컨소시엄'(The Asia Cohort Consortium)에 포함된 17개 역학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선 대장암 발생 관련 코호트 연구에 참여한 61만9천981명(평균 나이 53.8세)을 대상으로 평균 15.2년에 걸쳐 체질량지수(BMI)의 영향을 살폈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으로 비만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이 수치가 25 이상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각각 분류된다.

분석 결과, 체질량지수가 25.0 이상∼27.5 미만 그룹과 27.5 이상∼30.0 미만 그룹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체질량지수가 정상(23.0 이상~25.0 미만)인 그룹에 견줘 각각 9%, 19%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고도 비만 그룹은 이런 위험이 32%로 상승했다. 비만도가 높아질수록 대장암 발생 위험이 덩달아 커진 셈이다.

대장암 사망률 관련 코호트 연구에 참여한 아시아인 65만195명(평균 나이 53.5세)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비만의 영향은 확연했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가 27.5 이상∼30 미만인 비만 그룹과 30 이상인 고도 비만 그룹의 대장암 사망 위험이 정상 체질량지수 그룹보다 각각 18%, 38%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주목되는 건 성별로 볼 때 여성보다 남성 대장암에서 비만의 영향이 더 컸다는 점이다.

이 연구에서 체질량지수가 30을 넘는 남성의 대장암 사망 위험은 정상 체질량지수 대비 87%나 높았지만, 여성에서는 이런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여성보다 심각한 남성의 내장 비만을 꼽았다. 내장지방이 많아지면서 인슐린종(인슐린 분비 세포에 발생하는 종양)과 인슐린 저항성을 부르고, 이게 결국 2형 당뇨병과 대장암 발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토대가 된 아시아 코호트 컨소시엄 구축을 20년 전 처음 제안한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평소 체질량지수만 관리해도 대장암 위험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 교수는 "대장암 발생과 사망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인 나이와 결혼 상태, 교육 수준, 흡연, 알코올 등의 영향을 배제하고도 체질량지수와 대장암의 연관성은 뚜렷했다"며 "만약 스스로가 비만에 해당한다면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라도 식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고, 이게 어렵다면 병원 진료를 통해 체계적으로 치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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