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 된 아이를 숨지게 한 40대 아빠가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변호인 측은 아이를 돌보다가 실수로 한번 떨어뜨렸다고 주장했으나,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의료진은 아동학대에서 흔히 보이는 '쉐이큰 베이비 신드롬' 증상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혀 공방이 예상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부 심리로 열린 A씨의 아동학대치사 사건 두 번째 공판에서 숨진 아이를 치료한 주치의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섰다.
대전 모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인 주치의는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숨진 아이의 치료를 담당했다.
당시 아이 상태를 묻는 검사 질문에 주치의는 "입원 당시 자가 호흡이 없고 뇌 손상이 심각한 상태였다"며 "뇌 CT 사진에서 확인된 출혈 양상이 쉐이큰 베이비 신드롬으로 확인됐다. 뇌 손상이 심해 눈 뒤 출혈도 동반됐다"고 진술했다.
쉐이큰 베이비 신드롬은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목을 가누지 못하는 어린 영아의 목을 과도하게 흔들어 출혈을 동반하는 심각한 뇌 손상을 불러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A씨 변호인 측은 '아이 다리를 잡고 위아래로 흔들다가 실수로 한번 떨어뜨렸다'는 A씨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변호인은 아이를 위아래로 흔들어도 이 같은 증상이 발생하는지, 의사로 일하며 지금까지 쉐이큰 베이비 신드롬 현상을 몇 번 경험했는지 등을 물었다.
재판부는 숨진 아이의 뇌 주변 출혈 양상, 망막 출혈의 의미 등을 질문했다.
이에 대해 주치의는 숨진 아이 머리 여러 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출혈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머리 양쪽 뇌를 둘러싼 얇은 막 주변으로 48시간 이내 발생한 급성 출혈, 48시간∼2주 이내 아급성(급성과 만성의 중간) 출혈, 2주가 지난 만성 출혈 등 3가지 종류의 출혈이 모두 확인됐다고 증언했다.
또 여러 단계 출혈 흔적, 망막 출혈 동반, 골절 등이 같이 있으면 의학적으로 아동학대로 인한 손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는 소견도 밝혔다.
A씨는 2022년 11월 17일 대전 중구 선화동 집에서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돌보다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아이 엄마가 잠시 집 밖에 나간 사이 보채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다리를 잡고 위아래로 흔들다가 실수로 떨어뜨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아이의 상태를 본 주치의는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를 아동학대치상 혐의로 긴급체포했으나, 치료받던 아이가 숨지면서 경찰은 이듬해 1월 9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다음 공판은 10월 2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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