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지난달 비농업 고용 지표 발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현지시간 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지수는 94.99포인트, 1.73% 내린 5,408.42포인트, 나스닥은 436.83포인트, 2.55% 하락한 1만 6,690.83,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410.34포인트, 1.01% 밀린 4만 345.41에 장을 마쳤다. 주 후반 옵션만기의 영향과 통화정책에 대한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변동성 지수가 12.46% 뛰어 22.38%까지 올라섰다. 여기에 일본 엔화는 142.32엔으로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 전반의 균열이 커지는 흐름을 보였다.
이번 주 핵심 경제 지표인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의 8월 비농업 일자리수는 14만 2천 건으로 월가 컨센서스인 16만 5천 건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집계한 실업률은 4.2%로 시장 예상과 동일한 수치를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7월 보고서와 같은 실망감을 주지 않았지만 세부 항목은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담겼다. 6월과 7월 비농업 일자리 수가 당초 발표보다 8만 6천 건 하향 조정됐고 제조업 등 민간 일자리 약화 추이가 이어졌다.
당초 골드만삭스는 실업률이 4.2~4.29% 수준이면서 15만 건 이하의 일자리를 기록하면 연준이 50bp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지표 발표 직후 시장은 반등을 시도했지만 안도 랠리는 개장 30분을 넘기지 못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첫인상은 8월 고용보고서가 50bp 인하를 단행할 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이 50bp를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관성과 파월 의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비둘기파적인 25bp 만족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연내 100bp 이상의 통화 완화를 반영해온 시장의 기대에 반하는 것으로, 매파적 충격이 다가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의 말을 현실로 만든 인물은 오는 17일과 18일 열릴 예정인 연방공개 시장위원회(FOMC) 위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다. 윌리엄스 총재는 지표 발표 이후 15분 뒤에 이어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의 완화에 대한 성취와 지속적인 진전을 고려할 때, 다가오는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의 목표 범위를 낮출 때가 왔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는 "실업률이 연말까지 약 4.25%로 오르더라도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물가안정과 최대고용 양대책무에서 위험이 평형상태(euipoise)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2시간여 차이를 두고 이어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발언도 시장을 되돌리기엔 부족했다. 연준 내에서도 매파 서향인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진전을 고려해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낮춰야 한다"며 그동안의 발언에서 입장을 크게 바꿨다. 월러 이사는 "금리인하와 폭에 열린 마음이 있다"면서도 "노동시장이 완화되었지만 악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연준 위원들의 발언은 오는 FOMC에서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나올 가능성을 줄였고 하락하던 채권금리를 반전시키는 등 시장의 큰 불안감을 일으켰다.
이날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8bp내린 3.725%를 기록했다. 2년물과 10년물의 스프레드도 재차 역전되는 등 내내 혼란이 이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 기준 미국의 9월 금리인하 확률은 장 마감 기준 50bp 확률 31%, 25bp 확률 69%를 기록했다. 개장 무렵 51%를 넘던 50bp인하 기대가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시장은 연준의 더딘 금리인하와 예상보다 약한 고용으로 인한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을 미리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기술주, 소형주뿐 아니라 경기방어주 성격의 종목들까지 대거 조정을 받는 흐름을 장중 이어갔다.
연준의 통화정책과 오는 11월 미 대선 등 예측하기 어려운 일정들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가 이번 주 집계한 6개월 뒤 시장에 대한 전망에서 강세 심리는 46.3%로 일주일 전보다 5.8%포인트 줄었다. 또한 약세장 전망도 24.9%로 2.1% 감소하는 등 상승과 하락을 모두 기대하지 않는 중립 입장의 투자자들이 29.8%까지 증가했다.
시장의 매수를 일으킬 긍정적 재료가 사라지면서 올해 시장을 주도한 엔비디아 등 반도체 종목이 이날 유난히 큰 하락을 보였다. 전날 브로드컴이 다음 분기 실적 전망에서 시장 예상보다 1억 달러 가량 적은 140억 달러 매출 전망에 그쳤고, AI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기술 사업의 부진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하락을 키웠다. 이날 브로드컴이 약 10% 넘게 내렸고, 엔비디아가 4%대 하락하는 등 반도체 대표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인덱스는 4,528선, 4.52%나 밀렸다. 이와 관련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전략가는 고용지표 충격으로 인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전날보다 16% 추가 하락해, 4천선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유가는 전세계적인 수요 약화와 경기 하락을 반영하며 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 장중 한때 배럴당 67달러선까지 밀렸다. 마감기준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는 하루 전보다 1.53% 내린 68.09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이달로 예정했던 감산 종료 시점을 11월까지 연장하기로 했지만 유가하락을 막지 못했다. 이번주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약 8%, 브렌트유가 9% 내리는 등 1년 만에 최악의 하락폭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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