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에 수출이 11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가 경기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2024년 9월)'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KDI는 두달 연속 부진한 내수가 '경기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최근 경기동향을 보면 우선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11.4%)이 견실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7월 광공업생산(3.8%→5.5%)도 기저효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자동차(-14.4%)가 생산시설 정비, 임금 협상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3.6% 줄었지만 반도체 수출과 생산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며 제조업의 회복을 이끌고 있다.
다만 KDI는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부문은 녹록치 않다고 평가했다.
상품소비 위축이 장기화되고 서비스소비는 완만한 증가세에 머무르면서 소비는 미약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월 소매판매는 2.1% 증가로 전환했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로 급증한 통신기기·컴퓨터(-0.5%→13.1%)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서비스소비도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에 그치고 있다.
정보통신업(2.9%→5.0%)의 생산증가세는 확대됐지만, 숙박·음식점업(-1.0%→-3.0%),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1.2%→-0.7%) 등의 생산이 감소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7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급증, 기저효과, 조업일수 확대 등에 영향을 받아 18.5% 늘었다.
운송장비가 항공기 등 기타운송장비(14.7%→159.8%)를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설비투자 증가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11.3%)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위축 등의 기저효과와 조업일수 확대(+1.5일) 등도 설비투자 증가에 기여했다.
다만, 설비투자 선행지수를 감안하면 7월의 높은 증가폭은 일부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건설투자도 건축부문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7월 건설기성은 건축부문이 누적된 수주 부진으로 주거용을 중심으로 7.5% 줄며 전달과 같은 5.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선행지표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건설수주는 14조 4천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월평균(14조6천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초중반기 공정에 사용되는 레미콘의 출하량도 20% 넘게 감소했다.
KDI는 "수출 호조에도 소매판매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부채 상환 부담도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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