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뱀장어(Anguilla japonica)가 물고기에게 잡아먹힌 뒤 아가미를 통해 배 속에서 탈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일본 나가사키대 가와바타 유키 교수팀은 10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X선 비디오 촬영 장치로 물고기에 잡아먹힌 새끼 뱀장어가 꼬리 끝을 식도와 아가미에 밀어 넣고 머리를 빼내 탈출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뱀장어가 잡아먹힌 후 포식자의 아가미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나 포식자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탈출 경로와 탈출 중 행동 패턴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새끼 뱀장어 몸에 조영제를 투입한 다음 포식성 민물고기인 남방동사리(Odontobutis obscura)와 함께 수조에 넣고, X선 비디오 시스템을 사용해 포식자에게 잡아먹힌 후의 새끼 뱀장어 거동을 촬영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는 평균 6.8㎝ 크기의 새끼 뱀장어 104마리가 사용됐고, 남방동사리는 14.5㎝짜리 11마리가 사용됐다.
실험 결과 남방동사리에게 잡아먹힌 새끼 뱀장어 32마리 중 28마리가 소화관을 통해 식도와 아가미로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출을 시도한 뱀장어 가운데 13마리가 꼬리를 남방동사리의 아가미 밖으로 빼내는 데 성공했고, 이 중 9마리는 몸과 머리까지 빼내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탈출한 뱀장어들이 아가미로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56초였다
가와바타 교수는 "가장 놀라운 순간은 뱀장어가 배 속에서 아가미를 향해 소화관을 거슬러 올라가 탈출하는 장면을 처음 관찰했을 때"라며 "뱀장어가 포식자의 입에서 아가미로 바로 탈출할 것으로 추측했으나 예상과 달리 뱃속에서 식도와 아가미로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뱀장어들이 뱃속에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 빙빙 돌기도 했고 이는 잡아먹힌 뱀장어들이 탈출을 위한 특정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 연구는 포식자의 소화관 안에서 일어나는 먹이 동물의 행동을 포착한 최초 사례"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에서는 뱀장어가 성공적으로 탈출할 수 있는 행동 특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계획이라며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X선 비디오 촬영 방법은 다른 포식자-먹이 행동 관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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