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전세살이…현금 없는 실수요자 어디로 [추석 부동산 톺아보기①]

성낙윤 기자

입력 2024-09-16 07:00  


최근 서울 집값이 상승폭을 줄이고, 거래량이 다소 주춤한 것은 조정이나 침체가 아닌 '다지기 국면'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실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이동하며 다시 매매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16일 김윤희 하나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 소진과 수요 억제책 등에 따라 매매가 오름폭이 줄고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며 "매매시장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 같지만, 전월세 시장으로 열기가 옮겨 붙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 서울 아파트 매매 상승탄력 줄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 탄력이 줄어든 모습이다. 8월 둘째 주 0.32% 올랐던 서울 아파트값이 이후 ▲0.28% ▲0.26% ▲0.21% 등 3주 연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서울의 8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7월 8,798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또한 감소세다. 지난 8월 둘째 주 104.8을 기록한 뒤 9월 첫째 주에는 103.2로 떨어졌다. 기준선 100보다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아직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지만, 사려는 사람이 점차 줄고 있다는 의미다.

● 달궈지는 전월세 시장…"매매가 밀어 올릴 것"

김 위원은 "국내 주택시장은 전형적인 필수재의 특징을 보인다"며 "매매시장이 다지기 국면에 들어가며 오히려 전월세 시장은 뜨거워졌다"고 진단했다.

가을 이사철과 임대차법의 만기 도래, 급등한 매매가, 자금조달 부담 등이 맞물려 수요가 이동하면, 결국 전월세 가격이 오르며 매매가를 다시 밀어 올릴 것이란 설명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42.9로, 지난 2021년 10월(162.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 지수 또한 7월(114.7) 대비 1.4포인트 오른 116.1로 집계됐다. 월세 가격 지수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당장 꺾이기 시작한 매매가 상승폭이 일정 시간 이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란 판단이다.

● 관건은 수급 불균형…뾰족한 해결방안 요원

김 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결정짓는 요인이 '수요와 공급'이라고 짚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수급 불균형"이라며 "이 불균형이 해소돼야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서울을 기준으로 연간 4만8천가구 정도의 수요가 계속 있는 반면, 공급 되는 물량은 2021년 이후로 수요보다 항상 부족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하루 이틀, 1년, 2년 만에 끝날 건 아니고 오는 2026년까지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꾸준한 수요와는 별개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집값이 상승하는 것을 막을만한 묘안은 없다는 의미다.

김 위원은 "아시다시피 주택 공급은 사업 자체가 수 년에 거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기대할 수 있는 건 수요의 변동성이지만, 금융위기 등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고서는 수요가 줄지는 않을 것이기에 사실상 현실적인 타개책은 요원하다"고 언급했다.

● "아파트는 결국 우상향…상업용 투자도 가시권"

김 위원은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이라는 흐름 속에서 아파트 가격은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부동산은 대표적인 실물재화"라며 "장기적으로 지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내 조건에 맞는 물건을 취사선택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또 "현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법 제도와 정책적으로도 무주택자나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혜택이 많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앞으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다시 눈여겨볼만하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은 "최근에는 매입가격, 취득가격을 하회하는 수준의 급매물도 간헐적이지만 나오고 있다"며 "단기간에 숨통이 트일 거다라는 기대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좋아질 걸 예측하고 접근하시는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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