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금리결정의 시간…엔화 또다시 '꿈틀'

유주안 기자

입력 2024-09-12 17:45   수정 2024-09-12 17:45

    <앵커>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진정되는 듯 보였던 엔화가 또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경제부 유주안 기자와 함께 진단해보겠습니다. 지난달 초 엔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이며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는데, 최근에 엔화가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7월 말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25%로 인상한 전후로 엔화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당시 달러에 대비한 엔화 환율이 160엔대에서 141엔까지 단기간에 변동하면서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의 급격한 청산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시장의 불안감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 8월 5일 블랙먼데이였는데, 일본의 깜짝 금리인상이 금융시장 불안의 도화선이 됐다는 비판을 받자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시장이 불안정할 때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진정에 나섰습니다. 이후 엔화가 한동안은 안정된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엔화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고 11일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를 기록했으니, 8월 초보다 엔화 가치가 더 올랐습니다. 이는 올 연초 이후 약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환경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가 다음주로 다가왔다는 점과, 시장충격을 덜려고 하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고 있다는 점이 달라졌습니다.

    정치적 이슈도 엔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먼저 약달러에 베팅하는 '해리스트레이드'가 우세한 점입니다. 실제 어제 미 대선 후보의 TV 토론회 직후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와 함께 달러 약세와 동시에 엔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일본에선 이달 말에 일본의 총리가 될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리는데, 유력 후보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쪽입니다.

    <앵커> 우리 추석연휴 직후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결과 잇따를 예정인데, 이 부분 짚어볼까요?

    <기자>미 연준의 통화정책회의(FOMC) 결과가 현지 19일, 우리 기준으로 20일 발표 예정입니다. 간밤에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에서 식품과 에너지 제외한 근원CPI가 전달보다 0.3% 오른 것으로 나타나 예상치보다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한번에 금리를 0.5%P 내리긴 어렵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미국이 금리인하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바로 다음날인 21일, 일본은행도 금융정책회의 결과가 나옵니다. 바로 직전 7월 말에 금리를 올린 후 연달아 올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은행의 심의위원들이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다무라 나오키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경제·물가 동향이 일본은행 전망에 부합한다면 정책금리가 적어도 1%는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0.25%입니다.

    이 외 주요국들의 금리결정도 추석을 전후로 줄줄이 예정돼 있습니다. 오늘 유럽중앙은행(ECB)이 0.25%P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영국, 다음주엔 또 호주 중앙은행도 통화정책회의를 여는데, 집값이 고공행진 중으로 아직까진 금리인하에 난색을 표하는 호주를 제외하고는 주요국들 대부분 금리인하에 나섰거나 나설 예정입니다.

    <앵커> 우리가 엔화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유중 하나가 엔캐리트레이드 청산과, 이것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일텐데요,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8월초 나타났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발할 우려가 있는 겁니까?

    <기자> 일본이 오랜기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엔화를 가지고 세계 곳곳에 고금리 통화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어디에 얼마나 투자가 되어있는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이같은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8월 초의 글로벌 증시 급락 현상일테고요.

    여타 국가 대비한 일본 금리 차이가 점차 축소될 것이란 점에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이제 시작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일례로, 일본의 연기금, 보험사, 은행들이 2011년 아베노믹스 개시 이후 해외투자를 크게 늘렸습니다. 일본의 국민연금인 GPIF가 최근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달러 자산을 엔화 자산으로 갈아탈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같은 움직임을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따라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엔캐리청산 규모가 2~4조 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미국의 경기침체가 함께 찾아오는 경우입니다.

    한국은행이 마침 오늘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한은은 "엔화 추가 절상 압력 존재하지만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한국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 크지 않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미 경기침체 우려 등 위험자산회피시 한국도 영향권 안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미국 고용이 꺾이는 모습에 제조업 지표가 안 좋게 나오고 있어서 경기상황까지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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