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남 장흥군 장흡읍 평화리의 한 마을은 전날 오후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A(8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침통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평화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5년 전 이 마을로 귀향해 아내와 단둘이 살았다.
A씨는 아내가 치매를 앓자 직접 간호하며 성심껏 돌봤다. 아내가 재활 치료 목적으로 주간보호센터를 갔다 오면 늘 마중을 나가 마을에서도 '잉꼬부부'로 알려졌다.
심한 호우가 쏟아진 21일 오후에도 A씨는 어김없이 집을 나와 아내를 마중나갔다.
한 치 앞도 안보이는 굵은 빗속에 A씨는 대문 앞 도랑에 발을 헛디뎠고, 순식간에 급류에 휩쓸렸다.
아내를 태운 주간보호센터 버스는 제시간에 집 앞에 도착했지만, A씨가 보이지 않고 연락이 안 되자 버스 기사가 119에 신고했다.
119 구조대와 마을 주민들이 어둠 속에서 A씨를 간절하게 찾았지만, 그는 하루 만에 인근 저수지에서 발견됐다.
마을 이장 고상희(77)씨는 "A씨는 미국에서 살다 귀향하셨는데 점잖고 학식도 풍부해 늘 중요한 일을 상의해 왔다"며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고 직접 운전할 정도로 인지력도 좋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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