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오늘 열립니다.
올해 초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재벌 봐주기'라며 항소심에 나선 상황입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전효성 기자, 이재용 회장이 첫 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고요?
<기자>
조금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항소심 첫 공판 참석을 위해 이곳 서울고등법원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이번 항소심에 대한 입장과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남기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재판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 회장의 승계를 위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한 2심입니다.
1심에서 107번 재판이 열렸는데 이 회장은 지금까지 96번 법정에 나왔습니다.
이 회장은 과거 국정농단 사건에도 연루되며 80여차례 법정을 오가기도 했습니다. 이재용 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8년간 이어지는 셈입니다.
<앵커>
1심 법원에서는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습니까? 그 배경은 뭡니까.
<기자>
검찰이 제시한 증거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 의혹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연관돼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려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합병에 유리하게 활용했다는 겁니다.
검찰의 핵심 증거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서버와 미래전략실 직원들의 휴대전화입니다.
문제는 '서버'라는 물리적 장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증거인멸 사건에만 유효하고, 그 안의 데이터는 별개라는게 1심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결국 압수한 서버에서 찾은 데이터를 부당 합병의 증거로 활용하려면 데이터 선별작업이 필요했는데 검찰의 증거수집 과정이 미흡했다는 겁니다.
1심 법원은 이례적으로 판결문 중 100페이지를 할애해 '증거 효력이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명시했습니다. 2심도 증거의 효력 유무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배지호 / 변호사(前 서울중앙지법 판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 인멸이라는 사건에서 하드디스크라는 물리적인 실체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고 해도, 합병에 대한 사건에서는 하드디스크 안에 있는 정보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특정할 때 영장을 안 받았고, 데이터를 몽땅 다 증거로 쓰는게 아니고 일부를 빼내야 하는데, 그 때 (변호인단에게) 폴더만 보여줬기 때문에…]
<앵커>
1심에서 무죄로 나왔던 결론이 2심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자>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뒤집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검찰 측은 2심 준비기일 동안 2천여개 증거를 추가로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1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3천여개의 증거가 무용지물이 된 만큼, 새롭게 확보한 증거들이 오염되지 않은 증거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압수한 서버와 미전실 직원의 휴대폰을 넘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않다는게 법조계의 관측입니다.
결국 검찰은 압수한 서버에 있는 데이터에 대해서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 증거로 활용하려 했을텐데 이렇게 되더라도 이미 오염된 증거임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장기간 이어져 온 사안인 만큼 삼성 측에서도 증거와 관련해 면밀한 대응을 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서울 고등법원에서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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