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경쟁사에 "영업비밀 내놔"…거절시 '호출 배제'

박승완 기자

입력 2024-10-02 13:43  

공정위, 카카오모빌리티 '엄중 제재'
과징금 724억 원 부과 및 검찰 고발

경쟁 사업자에게 각종 내부 데이터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호출을 차단한 카카오모빌리티에게 경쟁 당국의 '초강력 제재'가 내려졌다. 택시가맹 서비스에 대한 기사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24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우티·타다·반반·마카롱택시 등에게 영업상 비밀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해당 사업자 소속 기사가 '카카오T' 앱(App) 일반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하여 일반호출 서비스와 자회사의 카카오T블루 가맹호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점유율 95%의 압도적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든 택시 호출이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서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를 해당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카카오T 앱에서 이들의 호출을 막는 방안을 만들었다.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소속 기사의 카카오T 일반호출 이용 대가로 수수료를 주는 등위 행위를 통해서다.

나아가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의 영업상 비밀인 소속 기사 정보와 호출 앱에서 발생하는 택시 운행정보를 실시간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만일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가맹 소속 기사는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할 것이라고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를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행위는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가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가맹택시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정상적인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경쟁사가 제휴계약을 맺으면 자신의 핵심적인 영업비밀을 내놓게 돼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를 자신의 영업전략에 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제휴계약체결에 응하지 않은 우티와 타다 소속 기사의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함으로써 이들이 가맹계약을 해지하도록 하는 동시에 신규 기사 모집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타다의 경우 소속 가맹기사들의 계약 해지가 폭증해 어쩔 수 없이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제휴계약을 하고, 현재까지 운행정보 등 영업비밀을 제공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건 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일반호출 시장뿐만 아니라 가맹택시 시장 점유율이 2020년 기준 51%에서 22년 79%까지 올라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게 됐다. 반면 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사업자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실상 퇴출됐다.

가맹택시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유효한 경쟁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이 10배 이상 차이나는 우티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위가 택시가맹 사업자의 대부분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사업자 간 가격과 품질에 의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됐다고 보는 배경이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이 경쟁사업자와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해외 경쟁당국 역시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사업자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는 행위를 반경쟁적인 행위로 보고 조사·조치하는 추세로 전해진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중략) 공정한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접시장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 말했다. 이어 "경쟁사업자에게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해 자신의 영업전략에 이용하는 행위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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