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심상치 않습니다.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에 더해 최근에는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중국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증권부 신재근 기자와 자세히 짚어 보겠습니다. 신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6만 원이 깨졌습니다.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6만 원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입니다.
그 정도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가 안 좋다는 얘기인데요.
외국인이 1천억 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습니다.
지난달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내린 주체도 외국인이었습니다.
9월에만 삼성전자를 9조 원 가까이 팔아치웠는데,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금액(8조 원)보다 많습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얼마나 많이 팔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간으로 보면 지난달 3일부터 오늘까지 18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하고 있습니다.
<앵커>
외국인이 어떤 이유에서 국내 주식, 특히 반도체를 팔고 있는 건가요?
<기자>
반도체 업황이 고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불안감이 외국인의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HBM 시장의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의 매출액 성장률이 꺾일 조짐을 보이고, 내년 경기 침체 전망이 나오면서 업황이 고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1년 전과 비교해 200% 넘게 늘었는데, 2분기 상승폭은 120%로 크게 줄었습니다.
외국계 증권사 맥쿼리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부진해 삼성전자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2만5천 원에서 6만4천 원으로 대폭 내렸습니다.
일본 엔화 강세 등 거시경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그동안 금리가 낮은 일본은 매력적인 자금 조달처로 꼽혔는데요.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일본에서 값싸게 돈을 빌린 다음 미국 등 해외에 투자해 수익을 냈는데, 일본이 금리 인상에 나서자 이런 매력이 떨어진 겁니다.
헤지펀드들이 자금 회수에 나선 가운데 가뜩이나 새로 취임한 이시바 일본 총리가 금리 인상에 동의하는 인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도 주식을 팔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중국이 최근 발표한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외국인 입장에선 한국의 투자 매력을 떨어트리는 이유가 된다고요?
<기자>
중국이 2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중 일부가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요.
한국은 중국, 인도, 대만 등과 함께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돼 있습니다.
편입 비중은 중국이 24%로 가장 높고, 인도(19.9%), 대만(18.77%), 한국(11.67%)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중국 증시가 코로나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30%대에서 20%대로 비중이 축소된 반면 인도와 대만은 급격히 늘었는데요.
하지만 중국이 이번에 경기부양책을 내놓자 외국인 자금이 다시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입니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모멘텀이 부족해서 외국인이 투자 매력을 못 느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이달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시장은 분위기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요?
<기자>
삼성전자는 오는 8일, 하이닉스는 이달 말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는데요.
이때 나올 실적 가이던스에 따라 외국인 투자심리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현재로선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실적 추정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조 원 수준인데요. 한 달 전과 비교해 2조 원 넘게 줄었습니다.
하이닉스도 영업이익 추정치가 줄긴 했지만, 한 달 전과 비슷한 수준이라서 삼성전자보다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시장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삼성과 하이닉스가 내년 수요 부진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전망이 나와야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이후에도 전방 수요가 탄탄하다는 언급을 투자자들이 듣길 원한다는 겁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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