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 모랄레스(64)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과거 집권 중이던 당시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외국에 망명했다 귀국해 재기를 꾀하고 있었다.
후안 란치파 폰세 볼리비아 검찰총장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께 당시 15∼16세였던 여성 청소년을 강간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볼리비아 검찰총장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검찰은 관련 고소장을 접수하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발생을 막기 위해 유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취임한 세사르 실레스 법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분노 속에 심각한 범죄를 목도하고 있다"며 "저는 성폭행 당한 10대 소녀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산디라 구티에리스 전 검사가 '미성년자 성폭력 피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모랄레스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가 면직됐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건이 알려졌다.
볼리비아 현지 매체는 "수사 자료 중 한 아이 출생증명서에 아버지가 모랄레스로 적시돼 있는 게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가 약 8년 전 모랄레스 전 대통령 아이를 출산했다는 뜻이다.
다만 검찰총장은 "(구티에레스 전 검사 면직의 경우) 사건 처리 절차상 오류와 검사 직무수행 상 기타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 정부의 정치적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현 정부는 나를 감옥에 보내면, 불만을 품은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나를) 체포하려 든다"며 "(제 반대 세력이) 민주주의가 부여한 정당성을 통해 달성할 수 없는 것을 권력 남용을 통해 얻으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원주민(아이마라)으로는 볼리비아에서 처음 대통령직에 오른 모랄레스는 2005년 집권하고 2009년 대선과 2014년 대선에서도 당선됐지만, 4선 연임을 시도한 2019년 대선에서 부정 의혹이 불거져 볼리비아를 떠났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이긴 같은 당 루이스 아르세(61) 대통령의 도움으로 귀국했지만, 재집권을 시도하며 그와 '원수지간'이 됐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해 반정부 행진을 조직하는 등 지지자를 결집하고 있지만, 대통령직 출마 횟수 제한 관련 볼리비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현재로선 선거에 나설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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