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딸 해외입양돼 44년 '생이별'...국가에 소송

입력 2024-10-07 15:19  



실종된 딸이 해외 입양된 사실을 44년 만에 알게 된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아동권리연대와 소송 대리인단은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며 "실종된 아동에게 부모를 찾아주려는 노력보다 빠른 해외 입양을 추진했던 역사와 이런 아동을 보호하지 못했던 국가의 아동보호 책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실종된 딸의 부모 등 가족 4명은 국가 및 당시 아이를 보호하던 영아원, 입양기관을 상대로 총 6억원의 배상을 청구했다. 실종 아동이 해외로 입양된 사례에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은 이번이 최초다.

대리인단에 따르면 이들 부모는 1975년 충북 청주에서 6살 딸을 잃어버린 뒤 수십년간 찾은 끝에 미국으로 입양된 딸을 5년 전 간신히 찾았다. 실종된 지 44년만이었다.

딸은 실종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입양기관으로 인계되어 해외 입양이 추진됐고 이후 7개월 만에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는 DNA 정보로 가족 찾기를 지원하는 단체 '325캄라'를 통해 딸을 만나게 됐고, 딸이 갖고 있던 입양 기록 등을 통해 전후 사정을 알게 됐다.

당시 부모는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했고 아이는 미아로 발견돼 관할 지역 경찰서에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당시 해외 입양 수요를 맞추기 위해 미아의 부모를 찾아주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대리인단은 주장했다.

실종됐던 딸의 어머니 한모 씨는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분하다"며 "딸을 찾아 만난 기쁨도 잠시이고, 지금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한씨는 "실종 가족들은 아이를 찾다 병들고 재산을 탕진하고 비극적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며 "천인공노할 비즈니스를 묵과한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실종 부모들 앞에 백배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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