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긴장시킨 미 물가 반등…인하 불씨 살린 주거비

김종학 기자

입력 2024-10-10 22:56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정책 결정의 또 다른 요인인 고용 지표는 예상 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해 채권시장에서 혼란스러운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현지시간 10일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체 상품 기준 전월대비 0.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기록과 같지만 시장 예상치 0.1% 보다 높다. 또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0.3% 올라 예상치 0.2%를 웃돌았다.
소비자물가지수 전체 상품 기준 연간 변동폭은 2.4%로 지난 8월 2.5%에 이어 하락을 이어갔지만 식품, 에너지를 뺀 핵심 물가는 12개월간 3.3% 상승을 보여 8월 기록과 월가 전망치를 0.1%포인트 상회했다.

고착화 한 인플레이션의 핵심 변수로 봤던 주거비 항목은 한 달 사이 대폭 낮아졌지만, 소비자들의 체감이 큰 식품 가격을 비롯해 자동차, 의류, 항공요금, 의료비, 보험료 등 대부분의 항목이 크게 상승했다.

식품 물가는 지난 8월 0.1%에서 9월 0.4%로 커졌는데, 이 가운데 육류, 가금류, 생선, 달걀 가격이 상승을 주도했다. 달걀 가격은 지난 달에만 8.4% 뛰었다. 집에서 해먹는 음식 물가는 0.4%, 외식 물가는 0.3%로 물가에 압력을 더했다. 에너지 물가는 -1.9%로 지난 8월 -0.8%보다 둔화 폭을 키웠다. 휘발유 가격은 1년 사이 15.3% 감소했으나 천연가스는 전년대비 2% 가량 상승을 보였다.

주거비 항목은 지난 6월 0.2%에서 7월과 8월 각각 0.4%, 0.5%씩 늘었지만 여름 휴가 시즌 종료와 임대료 가격 하락이 반영되면서 9월 0.2%로 낮아졌다. 주택 소유자의 등가임대료 역시 0.3%로 지난 8월의 0.4%에서 소폭 내려왔다. 지난 7월 0.2%에서 8월 1.8%로 뛰었던 호텔 숙박비도 -1.9%로 낮아지는 등 주택관련 서비스 물가는 뚜렷한 하락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의류 가격은 1.1%(8월 0.3%), 의료 서비스 0.7%(8월 -0.1%), 새 차 가격 0.2%(8월 보함), 중고차 가격 0.3%(8월 -1.0%) 등 전반적으로 하락하던 물가의 불안정한 흐름이 나타났다.
같은 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 지난 주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25만 8천 건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25만 건을 넘어섰다. 2주 연속 실업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나타내는 연속 실업수당청구건수는 186만 1천 건으로 예상치 183만 건과 직전 집계인 181만 9천 건을 모두 웃돌았다.
다만 이러한 고용 지표는 노스캐롤라이나와 미 남부 일대에 큰 피해를 준 허리케인 헐린(helen)과 보잉 파업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현재까지 파악되고 있다. 미국 내 보잉 핵심 공장이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는 지난주 1만1,475건으로 일주일간 8,534건 늘어 최대 신청지역인 미시간(1만6,270건, 주간 9,490건 증가)의 뒤를 이었고, 플로리다는 9,377건으로 3,842건 증가했다.

이날 지표에 대해 EY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다코는 “약간의 덜컹거림이 있지만, 디스인플레이션은 지속되고 있다”고 소셜미디어 X(엑스)를 통해 밝혔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향하는 것과 정반대의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페퍼스톤의 마이클 브라운은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지수에도 이번 수치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클 브라운은 남은 11월과 12월 회의에서 25bo의 인하를 지속해 내년까지 약 3%대 기준금리 수준으로 낮아지고, 위험자산의 하락은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물가, 고용 지표 발표 이후 단기물 중심으로 하락 전환했다. 현지시간 9시 39분 현재 연준 통화정책 영향을 크게 받는 2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전보다 3.3bp 내린 3.984%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1.9bp 오른 4.086%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슷한 시각 미 뉴욕 증시 주요 3대 지수는 약세로 출발했다. S&P500 지수는 0.35% 내린 5,771.9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48% 내린 1만 8,204.52,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25% 밀린 4만 2,404.44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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