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하가 집값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및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에 더해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하락을 선반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p 내렸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 인플레이션 완화에…"긴축 불필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 가까이 떨어지고, 민간 소비·투자 위축 등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불안이 커진 가운데 미국의 '빅컷'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의 주요 근거로 물가 안정을 꼽았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만큼 현 수준의 기준금리는 실질금리로 보면 굉장히 높은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된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긴축적인 수준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통상 집값 추이와 부동산 경기는 금리와 직결된다. 유동성이 얼마나 공급되는지 여부가 거래량과 연결되며 상승 혹은 하락 흐름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등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인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 선반영·대출규제 여전…"시장 영향 제한적"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인하가 주택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시장금리는 1∼2회 기준금리 인하를 가정해서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 조달 지수)는 3.36%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앞서 6월과 7월에도 전달 대비 각각 0.04%포인트, 0.1%포인트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방점을 찍은 상황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가산금리를 더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오늘 5%인 대출금리가 내일 4.5%가 된다고 해서 계획이 없던 사람이 급히 집을 매수하지는 않는다"라며 "지금은 금리보다도 정부의 대출규제, 즉 개별 차주에게 필요한 만큼의 대출이 나오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 "상급지는 '강보합'…중·하급지는 개별 장세"
일각에서는 부동산을 세분화해 금리 인하 효과를 살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아파트와 비(非)아파트, 상급지와 하급지 등에 따라 유효수요자가 달라지고, 매매가 자극 변수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강남3구 및 '마용성' 등 수도권 내 상급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정 부분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수요자들 대부분이 금리 및 대출 규제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상급지 집값은 최근 전고점을 돌파하는 등 높아진 상태"라며 "갈아타기 수요가 쉽게 접근하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도강' 및 경기 외곽 등 중·하급지는 지역마다 정비사업 진척 상황, 교통망 확충 등 국지적 이슈에 따라 제각각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다.
● 수익형 부동산·PF 시장 회복 기대
한편, 주택을 제외한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은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오피스텔과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금융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수준인 3.5% 이하로 대출 금리가 낮아진다면 임대수익률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에 발이 묶여있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또한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2조1천억원으로 2분기 연속 감소했다. 부실 우려가 있는 부동산 PF 사업장과 연관된 금액은 21조 원 수준인데, 한은은 향후 PF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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