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직원이 왕"...'손님 갑질' 차단 나선 日

입력 2024-10-12 08:25  



일본 서비스 업계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친절함은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하지만, 최근 들어 '고객 갑질'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이제는 직원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도쿄도는 이달 4일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카스하라' 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카스하라는 영어 단어 '고객'(customer)과 '괴롭힘'(harassment)의 일본식 발음인 '카스타마'와 '하라스멘토'의 앞부분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다.

도쿄도는 카스하라를 고객이 직원에 대해 업무와 관련해 현저하게 괴롭히는 행위로 규정하고 카스하라를 막기 위한 대응을 취하도록 규정했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 사회에서 고객 갑질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무릎 꿇리기, 협박, 비방 등 고객에게 갑질을 당해 우울증 발생 등 산재를 인정받은 정신적 피해자 수가 작년도(2023년 4월∼2024년 3월) 1년간 52명으로 집계됐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2022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36.9%가 최근 5년간 고객 갑질이 '증가했다'고 했고, 38.2%는 '출근이 우울해졌다'고 답했다.

이에 공공기관, 외식업, 소매업 등 고객과 접점이 많은 기업이 직원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손이나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 업체들은 지난 5월부터 직원 명찰에 이름 대신 이니셜만 표기하는 것 등을 허용했다. 고객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종업원의 이름을 지목하며 비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패밀리마트는 이달부터 점포 내에 카스하라 방지 포스터를 내걸었다.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홀딩스는 전화 상담에서 "죽이겠다" 등 폭언을 퍼붓거나 공항에서 직원 얼굴 등을 촬영하는 것, 기내에서 승무원을 여러 차례 불러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갑질로 규정했다. 또 고객의 부당한 요구나 괴롭힘 수위가 올라가면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

도쿄 지하철을 운행하는 도쿄메트로와 철도회사 JR동일본은 고객 행동이 갑질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원칙적으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정했다.

기업들이 직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일손 부족의 영향이기도 하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한 와중에 고객 갑질이 외식 업계 등에서 일을 그만두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어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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