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가 3년 넘게 일을 하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법원이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영천시법원 민사소액 1단독 김태천 판사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A씨가 자신을 고용한 B법인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B법인은 A씨에게 퇴직금 1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불법체류 신분인 A씨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약 3년 6개월 동안 B법인 생산직 직원으로 일했는데 B법인은 A씨와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월급도 현금으로 지급했다.
퇴직 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A씨는 이를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B법인 대표는 A씨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노동청은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이에 다시 A씨는 B법인에서 일하는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업체 대표와 사진을 찍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지만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업체에 대해 황당하고 억울하다며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A씨를 대리해 B법인을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B업체의 과세정보와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서 그리고 A씨가 B업체에서 일하던 당시 사진과 동영상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법원은 공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A씨가 B법인에 고용되어 계속 근로했음이 인정되므로 B법인은 A씨에게 퇴직금 1,050만7,557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근로계약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남기지 않고 근로자를 부인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더라도 민사상 지급 의무의 증거는 입증하기 나름이므로 근로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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