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사가 독일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을 속속 줄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슈피겔 등 독일 매체들에 따르면 아일랜드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지난 8월 베를린공항 항공편을 5분의 1 감축했다. 이달 10일에는 내년 여름부터 도르트문트·드레스덴·라이프치히 공항에서 철수하고 함부르크 공항 항공편은 60% 줄이겠다고 밝혔다.
독일 항공사인 콘도르 항공과 루프트한자 자회사 유로윙스도 내년부터 함부르크 공항 노선을 대폭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항공사 이지젯과 헝가리 위즈에어도 이미 독일 항공편을 줄였다고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라이언에어의 에디 윌슨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항공교통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82% 수준밖에 회복하지 못해 유럽에서 실적이 가장 좋지 않다"며 "유럽에서 가장 비싼 세금과 수수료 탓에 독일 시민과 방문객이 유럽에서 가장 비싼 항공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부는 목적지와 비행거리에 따라 매기는 항공교통세를 올해 5월 25% 인상했다. 현재 항공교통세는 목적지와 비행거리에 따라 승객 1인당 15.53∼70.83유로(2만3천∼10만5천원)다.
업계는 항공관제·보안 수수료에 더해 세금 인상으로 더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독일공항협회(ADV)는 유럽 20개국 운항비용을 분석한 결과 세금 등 독일 정부가 항공사에서 받는 비용이 다른 나라의 최대 3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날 밝혔다.
중·단거리 항공편 비용은 독일이 평균 3천545유로(526만원)로, 다른 나라는 평균 1천298유로(193만원)보다 173% 비쌌다. 미국 뉴욕행 항공기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출발하면 1만8천303유로(2천714만원)를 내야 하지만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는 6천413유로(951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ADV는 "유럽 이웃 나라가 수수료와 세금을 낮춰 항공산업을 지원하는데 독일은 반대"라며 "항공교통 입지로서 경쟁력이 더 이상 없다"고 지적했다.
루프트한자의 카르스텐 슈포어 CEO는 "비용이 극단적으로 상승했다"며 독일로 오가는 항공편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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