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산사태고 지금은 토사유출이다?'

임원식 기자

입력 2024-10-16 14:50  



산사태로 인명 피해까지 났는데도 불구하고 산림청이 이를 산사태가 아닌 '토사 유출'이라고 하는 등 축소·은폐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산림청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지난해 인명 피해 산사태 발생건수가 7건, 인명 피해가 13명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감사원이 내놓은 산사태 대비 감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인명 피해 산사태는 13건이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26명으로, 산림청이 발표한 수치보다 2배 가량 많았다.

심지어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집계한 산사태 발생건수는 감사원보다도 2건 더 많은 15건이었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자료에서 누락된 산사태 발생 건에 대해 산사태가 아니라 '토사 유출'이라는 주장했다.

한 술 더 떠 지난 2022년 강원도 평창 가리왕산 산사태와 관련해서는 당시 '남성현 산림청장이 가리왕상 산사태 피해지 현장점검 나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며 남 전 청장의 현장점검 사진까지 첨부 했음에도 이를 부정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슬로프에서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배수시설과 하류의 침사지 등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지난달 초 산림청은 '2018년 이후 2024년까지 산사태 발생건수'를 묻는 임미애 의원실의 서면 질의에 '산사태 발생 내역 없음'으로 답변했고 '토사유출 4건'만 발생했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산사태'와 '토사 유출'을 구분하는 법적 근거는 없으며 농경지나 도로 시설 경사면 붕괴 등은 산지 정상에서 붕괴하는 산사태와 다르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북 예천 효자면 백석리 산사태와 관련해 산림청은 "과수원 지반 붕괴가 원인"이라며 산사태가 아닌 토사 유출로 규정한 반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산지 정상부에서 토층 붕괴로 시작된 토석 이동이 과수원 지반을 붕괴시키며 이동해 마을을 덮친 산사태"라고 판단했다.

이에 임 의원은 "산림청이 법적 근거도 없는 용어를 사용해 산사태 피해를 축소하려는 것은 산지관리 실패 책임을 은폐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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