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할리우드에서 큰 자금을 투자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라 미디어 산업의 치열한 경쟁을 실감케 하고 있다.
지난 4일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 '조커: 폴리 아 되'(이하 '조커 2')는 전날까지 북미에서 5천426만달러(약 743억원), 북미 외 시장에서 1억1천340만달러(약 1천553억원)를 각각 벌어들여 총 1억6천766만달러(약 2천296억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고 18일(현지시간) 미 흥행수입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가 밝혔다.
이 영화 제작과 극장 개봉을 위해 투입된 비용은 수입의 거의 2배에 달했다.
CNBC는 이 영화 제작에 약 2억달러, 마케팅·배급 비용으로 1억달러 등 총 3억달러(약 4천109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하며 "극장 상영이 끝날 때까지 이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영화의 전편인 '조커'(2019)는 할리우드 영화 치고는 저예산으로 제작됐지만 기대 이상의 흥행을 했다. 당시 이 영화에 제작비 5천500만달러(753억원)가 투입됐는데 총 10억7천896만달러(약 1조4천776억원)의 흥행 수입을 거뒀다.
워너브러더스는 이 영화를 만든 토드 필립스 감독에게 전편의 3배가 넘는 큰 예산을 주고 속편을 맡겼지만 제작비 이상의 수입을 거두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는 지난 5년간 영화와 미디어 산업이 격변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미국의 영화예매사이트 판당고의 분석 책임자 숀 로빈스는 "스트리밍이 등장하기 전에는 영화의 재무적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더 명확해 보였다"며 최근 몇 년간 영화계 지형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화의 극장 상영이 끝나고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볼 수 있기까지 시차가 점점 줄어 극장 관람을 망설이는 관객이 더 늘어났다고 본다. 특정 영화에 대한 초기 평가가 좋지 않으면 영화관까지 가서 볼 유인이 훨씬 약해졌다는 것이다.
조커 2도 평단과 초기 관객 평가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시네마스코어의 관객 평가에서 드물게 낮은 점수인 'D'를 받았고, 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평단과 관객 점수 모두 32점(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영화를 극장 개봉 없이 곧바로 스트리밍에 공개해 광고 수입이나 구독자 확보 등으로 제작비를 회수하는 사업 모델을 추구하지만, 워너브러더스 같은 전통적인 영화 스튜디오는 투자 작품의 극장 개봉 실패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CNBC는 짚었다.
이 매체는 올해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낸 영화들로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제작비 1억6천800만달러, 흥행 1억7천240만달러),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메가폴리스'(제작비 1억2천만달러, 흥행 920만달러), 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연출한 '수평선: 미국의 전설 - 1장'(제작비 1억달러, 흥행 3천820만달러) 등을 꼽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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