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시설을 정밀 겨냥한 공습에 나선 가운데, 이란이 핵시설 보호 등에 써 온 러시아제 첨단 방공포대가 무용지물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이란이 쏜 미사일은 수백발 중 극히 일부만이 이스라엘 본토에 닿은 반면, 이스라엘 전투기가 투하한 폭탄과 미사일은 쏘는 족족 목표물을 때리면서 양국간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지난 26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쿠제스탄, 일람 등 3개주의 군사시설물을 폭격하면서 러시아제 S-300 지대공 미사일 포대 3곳을 파괴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밖에도 폭격을 가한 S-300 포대가 하나 더 있다면서, 역시 사용이 불가능할 수준의 손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란은 러시아와 계약을 맺고 2016년부터 옛 소련 시절 개발된 S-300 포대를 도입해 핵시설과 주요 공항 등 고(高)가치 시설 주변에 배치하고,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호위에 활용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난 4월 19일 이란 이스파한주에 있는 나탄즈 핵시설 인근에 배치돼 있던 S-300 포대를 파괴한데 이어 이번에도 S-300 포대를 다수 파괴하면서 이란 방공망을 손쉽게 무력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WSJ은 "26일 공습은 남아 있던 S-300 포대를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때린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음지에서 '그림자 전쟁'을 벌여온 양국의 분쟁은 지난 4월 13일부터 직접 장거리 폭격을 주고받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시리아내 이란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탄도 미사일만 120여발을 퍼붓는 대규모 공격을 가한 것이다.
이란은 이달 1일에도 탄도 미사일 180여발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재차 공격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7월 31일 테헤란에서 폭사하고, 지난달 27일에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마저 이스라엘의 폭격에 숨지자 이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공격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란의 첫번째 공격은 발사한 미사일과 자폭 드론(무인기)의 90% 이상이 도중 격추됐고, 두번째 공격에서도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은 미사일은 소수에 불과했다.
반면 4월 19일과 10월 26일 이스라엘이 진행한 공습에서 이란 방공망에 요격된 이스라엘 무기는 극소수이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이 지닌 가장 우수한 방공망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부터 민감한 군사시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양국의 군사적 역량에 심각한 격차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제 이스라엘군은 이란 상공에서도 폭넓은 행동의 자유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이란 무기 전문가 파르진 나디미는 "이란은 많은 반성과 함께 이런 종류의 새로운 위협을 요격할 수 있는 대공방어체계에 많은 돈을 써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방공망을 단시일에 갖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 폭격에 미국제 F-35 스텔스 전투기를 투입했다.
이에 대응하려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대량의 석유를 수입하는 중국은 전통적으로 대(對)이란 군사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도 방공체계를 제공할 여력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는 27일 자국민들에게 이스라엘의 공습을 과장하지도 경시해서도 안 된다고 당부하면서 동요를 가라앉히고 내부단속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과거 이스라엘에 의한 공격이 있을 때마다 '혹독한 보복'을 공언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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