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은행 이익의 기반인 예대금리차(대출-예금 금리)가 두 달 연속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9월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실제로 취급된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 등) 제외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0.43∼1.05%p로 집계됐다.
예대 금리차란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를 뜻한다.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대출·예금 금리 격차에 따른 마진(이익)이 많다는 뜻이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1.05%p)가 1위였고, 이어 KB국민(0.98%p)·하나(0.68%p)·신한(0.53%p)·우리(0.43%p) 순이었다.
전체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의 9월 예대금리차가 5.00%p로 가장 컸고, 광주은행(2.60%p), 한국씨티은행(2.25%p), 토스뱅크(1.81%p), 카카오뱅크(1.72%p)도 2%p 안팎으로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전월 대비 예대금리차 추이를 보면, 5대 은행 가운데 NH농협을 빼고는 모두 8월과 9월 두 달 연속 커졌다. 대체로 올해 들어 시장금리 하락세와 더불어 줄곧 줄어들다가, 7월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흐름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7월 0.44%p에서 8월 0.71%p로, 9월 다시 0.98%p까지 뛰었다.
신한은행 역시 7월 0.20%p였던 예대금리차가 9월 두 배가 넘는 0.53%p까지 커졌다.
금리 하락기에는 보통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점을 생각하면 비정상적 흐름이다.
다만 NH농협은행의 9월 예대금리차(1.05%p)는 다른 4개 은행을 웃돌지만 8월(1.09%p)보다는 다소 줄었다.
은행권 예대금리차 수준 자체도 길게는 1년 전으로 거슬러 되돌아갔다.
KB국민은행의 9월 예대금리차(0.98%p)는 2023년 4월(1.13%p)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신한은행(0.53%p)은 5월(0.64%p) 이후 4개월, 하나은행(0.68%p)은 2월(0.71%p) 이후 7개월, 우리은행(0.43%p)는 6월(0.50%p) 이후 3개월 만에 최대였다.
은행권은 8∼9월 예대금리차가 커진 주요 배경으로 이 시기 본격적으로 실행된 가계대출 억제 목적의 대출 가산금리 상향 조정을 꼽았다.
미국 기준금리 실제 인하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속에 시장금리가 떨어졌지만, 은행들이 가계 여신(대출) 위험 관리 차원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 금리를 인상하면서 일시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예상에 따라 시장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예금 고객은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의 예금을 선호하고, 대출 수요는 장기 중심으로 늘어나 예대 금리차가 확대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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