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영풍', 폐수 무단유출로 조업정지

고영욱 기자

입력 2024-11-03 15:54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수 유출 관련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영풍은 총 ‘1개월+30일간’ 조업이 정지된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지난 2019년 경상북도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폐수 유출 관련 조업정리 행정처분을 냈으나 영풍은 이에 반발하여 조업정지 취소 소송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으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영풍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각됐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이 중단 기간 이후 가동이 재개되더라도 정상화 및 고순도 아연괴 생산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1년 영풍은 이미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경상북도로부터 조업정지 10일을 처분받아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으며, 당시에도 정상화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업계에서는 조업정지 기간 외에 공장 가동을 중지시키는 준비기간과 조업정지 이후 재가동을 위한 기간까지 포함할 경우 4개월 가량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아연시장의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글로벌 아연 가격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연 현물가격이 3개월 선물가격에 비해 비싸게 거래되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의 제련소 한곳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여 공장이 일시 폐쇄되는 등 향후 물량이 부족해질 것으로 판단한 기업들이 아연을 미리 확보해 놓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었다. 이에 더해 영풍 석포제련소의 아연생산이 멈출 경우 글로벌 아연재고량이 감소하게 돼 아연가격은 지금 수준보다 높아지며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제련소의 제련수수료(T/C)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련수수료(TC)는 정광을 공급하는 광산기업이 제련기업에 정광을 맡길 때 제공하는 제련 마진을 뜻한다. 석포제련소 가동이 중단될 경우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광산기업의 입장에서 정광을 판매할 수 있는 거대 제련소 하나가 사라짐으로써 판매처가 감소하면서 광산기업의 채굴량이 감소하면서 제련수수료 역시 변동성이 심화될 전망이다.

영풍 조업정지 기간동안 아연을 생산하는 유일한 국내업체는 고려아연인 만큼 고려아연에 대한 국내외 의존도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고려아연 역시 적대적M&A에 시달리는 탓에 경영 및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고,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심화되면서 생산 및 공급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칫 고려아연의 아연 생산마저 타격을 받을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가 크게 교란되면서 공급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적대적M&A가 이뤄질 경우 고려아연 핵심기술진의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상태에다 노조의 반발도 심각하다. 고려아연 CTO인 이제중 부회장은 "만약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차지하게 된다면 우리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은 이번 적대적 M&A를 결사코 막아낼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풍·MBK가 고려아연 정문 안으로 들어오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상급단체(한국노총)와의 연계 투쟁을 비롯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 이후 상황에 따라 파업 등 강경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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