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모두 오르면서 우리나라 수입 제품의 전반적 가격 수준이 2% 이상 높아졌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수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10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37.61로, 9월(134.67)보다 2.2% 올랐다. 지난 4월(3.8%) 이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수입물가지수는 8월(-3.5%)과 9월(-2.6%) 두 달 연속 하락하다 석 달 만에 반등했다.
품목별로는 한 달 사이 광산품(4.4%), 석탄·석유제품(4.1%), 1차 금속제품(2.9%), 전기장비(2.0%) 등이 특히 높아졌다.
세부 품목에서는 원유(3.9%), 유연탄(6.4%), 알루미늄정련품(5.7%), 나프타(3.4%), 쇠고기(2.3%) 등이 상승폭을 키웠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원유 등 광산품을 중심으로 수입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바이 유가(월평균·배럴당)는 9월 73.52달러에서 지난달 74.94달러로 1.9% 상승했다. 원·달러 평균 환율도 1,334.82원에서 1,361.00원으로 2.0% 뛰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통령 당선 전후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5원 오른 1,410.0원으로 개장한 직후 1,4106원까지 상승했다.
한은은 11월 수입물가 전망에 대해서 "지난달과 비교해 유가는 하락했지만 환율은 더 올라 수입물가의 상하방 요인이 혼재하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도 커져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통상 수입물가는 소비자물가의 가장 유효한 선행지표로, 1~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자연히 소비자물가도 상승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수입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1%대로 안정화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여지가 높다.
이에 대해 한은은 "수입물가가 오르면 품목별로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기업의 경영 여건이나 가격 정책, 정부의 물가 정책 등에 따라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는 시기나 폭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10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도 전월(126.77)보다 1.7% 높은 128.92로 집계됐다. 수출물가도 3개월 만에 상승전환했다.
주로 석탄·석유제품(5.5%), 1차 금속제품(2.8%), 화학제품(2.1%), 섬유·가죽제품(1.8%) 등이 수출 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세부 품목 가운데 가성소다(7.0%), 알루미늄판(6.1%) 등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 반대로 플래시메모리는 13.9%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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